| 5명의 헌책방 사장님들, 계림동 살리기 첫발 내딛는다 광주 헌책방 여기-있음 프로젝트 ‘계림동 처방전’ 19일 광주고 정문 커피유림 정겨울 기자 |
| 2019년 01월 13일(일) 1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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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서려, 마치 시간이 멈춘 곳과 같은 공간이 있다. 바로 광주고 오거리에서 계림오거리에 이르는 700m 구간에 위치한 광주 동구 ‘계림동 헌책방 거리’다. 이곳은 1960-1970년대를 주름잡던 중고서적 구입의 메카다. 잃어버린 교과서를 사려는 학생들부터, 귀하디귀한 고서적을 찾는 어른들까지 모두 이곳을 오고 갔다. 오래 전부터 이곳을 지킨 책방 사장님들은 무질서하게 얽혀 있는 책들 사이에서도 기가 막힌 재주로 원하는 책을 찾아다 주시며, 구매자에게 ‘보물찾기의 기적’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희미한 추억으로 변해가고 있다.
급속한 사회 변화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서점이 곳곳에 생겨나고, 인터넷 서점이 발달하면서 계림동 헌책방 거리는 점점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에 고령화와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 곳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리 전체가 60여개의 서점들로만 들어서 있었던 옛 모습은 잃은 지 오래. 현재 운영 중인 곳은 7곳뿐이며, 광주의 젊은이들조차 이곳의 존재를 잘 모르는 실정이다.
사실 ‘계림동 헌책방 거리’를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9년 전남대 문화예술특성화사업단의 ‘계림동 책마을 거리간판 특성화사업’을 통해 신식 간판으로 고쳐다는 작업부터, 계림동 일대에서 거래되는 중고책들을 일일이 전산화하는 작업도 시도했으나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았다.
‘계림동 헌책방 거리’를 살리기 위해 이제 사장님들이 직접 나선다. 오는 19일 오후 4-6시 광주고 정문 앞 커피유림(동구 중앙로 298-2)에서 진행되는 토크콘서트 ‘계림동 처방전’을 통해서다. 중고책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며 힘든 여건 속에서도 문을 여는 헌책방 점주들과 시민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겠다는 마음을 담아 ‘계림동 처방전’이라 이름 붙였다.
토크콘서트는 남아있는 7곳의 서점 중 5곳의 서점(고서점·광일서점·대교서점·문학서점·유림서점) 사장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헌책방 거리의 옛 명성과 역사, 에피소드 등을 풀어내는 자리다. 모두 1970년대부터 서점을 운영하며 거리를 지켜온 분들로, 거리 역사의 산 증인들이다.
아이디어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책문화기획자 유휘경씨가 냈다.
유씨는 지난해 9월부터 유림서점 딸 유수진씨와 함께 ‘광주 헌책방 여기-있음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헌책방 거리의 존재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인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지원사업 ‘인문360° 골목콘서트’에 선정됐다.
유수진씨가 진행을 맡는 ‘계림동 처방전’은 총 3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현상진료:토크’에서는 다섯 분의 사장님들이 1960-19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헌책방 이야기를 들려주고, 거리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음악처방:공연’에서는 책방의 단골손님들이 결성한 시민밴드 보크콰르텟(bockquartet)의 공연이 이뤄지고, ‘관계처방:네트워크’에서는 출연자들과 참가자들이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유휘경 기획자는 “사실 타 지역에선 헌책방에 대한 지원이 많다. 서울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서울 미래유산으로,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관광명소로 지정됐다”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광주 계림동 헌책방거리는 문화거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에 이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유수진씨는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인들에게 헌책방 거리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단골손님들에게 서점의 이야기와 역사를 들려주는 것도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기회를 시작으로 콘텐츠를 통해 부활하는 계림동 헌책방 거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계림동 처방전’의 입장료는 5천원이며 참가자들에게는 다과가 제공된다.(문의 010-9365-2740) /정겨울 기자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