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피(待避)가 상책(上策) 김남윤 |
| 2019년 01월 13일(일) 18:35 |
|
넓은 땅에 수많은 작은 나라들이 있었던 중국은 전쟁의 역사로 이루어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의 국가들과 전쟁을 하면서 나라를 키워가고 패망하기도 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군사고전이라고 전하는 손자병법은 중국의 춘추 시대 오(吳)나라 출신의 천재 병법가(兵法家)이자 전략가인 손무(孫武)가 지은 대표적인 병법서이다.
우리가 처세학으로 많이 쓰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로 손자병법에 전해지는 문장이다.
유명한 병법 중에 ‘손자병법’보다 더 앞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어지는 36개의 계책이 있다. 이 병법(兵法)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승전계(勝戰計), 적전계(敵戰計), 공전계(功戰計), 혼전계(混戰計), 병전계(倂戰計), 패전계(敗戰計)로 구분하여 승리하는 방법부터 전투하는 방법, 내부에 숨어 있는 적에 대비하는 방법과 패배를 승리로 반전시키고,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방법들이 정리되어 있다.
이 36계의 마지막 계책이 우리가 자주 쓰기도 하는 ‘36계 줄행랑’이다. 정확히 第36計 주위상(走爲上)으로 달릴 주(走) 할 위(爲) 위 상(上)이니 열세에 처했을 때는 퇴각시켜 손실을 줄이는 것이 상책(上策)이라는 36계 최후의 전술이다.
‘화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불이 초기에 힘을 받지 못하도록 불에 잘 타지 않는 내장재를 사용하고, 불의 힘을 분산시키도록 방화구획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불이 커졌을 때는 빨리 도망갈 수 있도록 대피로인 비상구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
소방에서는 이를 위해 ‘비상구 폐쇄 신고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력만으로는 비상구 확보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평소 건물을 드나드는 시민들이 비상구 폐쇄를 목격했을 때 소방서에 그 행위를 신고하여 소방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비상구 폐쇄 행위를 근절해 가자는 취지이다.
비상구는 기본적으로 건물의 관계자가 바른 양심을 가지고 항상 개방 해야 하지만 폐쇄된 비상구가 방치되어 있다는 것에는 시민들도 책임의식을 가져 주어야 한다. 시민들 스스로도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경각심을 가지고 비상구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비상문이 잠겨 있거나 계단에 물건들이 쌓여 있어 피난하기 어려운 것을 보고도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치는 것은 내 목숨을 담보로 그 건물을 드나들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며칠전 북구의 한 헬스장에서 비상계단 옆에 비치된 사물함과 방치된 쓰레기들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비상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도 여전한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려주는 보도였다. 문제는 비상구가 이런 상황이었는데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이곳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막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소방안전을 소방관에게만 맡기지 말고 화재와의 무서운 전쟁에서 스스로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건물을 유지하려는 건물주의 준법정신과 이용하는 시민의 신고정신이 우리 모두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