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의 역사 동화] 47,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맑은 나라 조선

2019년 01월 15일(화) 18:42

/그림:선성경

“신이 오래 생각해온 국호는 맑은 나라 조선이옵니다.”

이성계는 정도전의 주청대로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 조선과 화령이라는 두 가지의 국호중 하나를 택해 달라는 청을 올렸습니다.

“국호는 ‘조선’의 칭호가 가장 아름답고 또 이것이 전래한지 오래 되었으니 그 명칭을 따를 것이며 하늘을 본 받아 백성을 다스려서 후사를 영구히 번성하게 하라.”

명나라의 황제인 주원장은 국호를 조선으로 정하여 보냈습니다. 이성계는 크게 기뻐하며 조선으로 개국한다는 교지를 반포하였습니다.

“뭐···, 뭐라구? 그 어린 놈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겠다고?”

이방원은 너무나 어이없고 기가 막혔지만 모든 권한은 이미 정도전이 갖고 있었습니다.

세자책봉 문제로는 조정 대신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쳤지만 결국 강씨 소생의 막내아들 방석으로 결정 되었고 정도전이 주창한 억불숭유정책은 즉각 조정으로 하달되었습니다.

방원은 길길이 뛰었지만 조선의 모든 일은 정도전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방원은 너무나 포악하여 강한 군주는 될지 모르나 결코 백성을 위한 성군이 될 수 없다.”

정도전도 처음에는 어린 방석을 세자로 세우는 일이 조금은 염려가 되었지만 방원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정도전은 같은 해 7월 ‘몽금척’ ‘문덕곡’ 등의 악장을 지어 이성계에게 바쳤습니다.

“그대는 이제 한양 천도의 모든 책임을 맡으라.”

이성계는 조선이 도읍을 한양으로 결정하고 정도전에게 도읍 건설의 총지휘를 맡겼습니다.

온 나라의 백성들이 한양으로 불려와 공사에 참여했고 정도전은 대궐과 관청과 민가가 들어설 설계도를 준비했습니다.

“도성 수축 공사에 참여한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고 삯을 충분히 지급하라. 혹시 공사에 참여하다 실수로 죽은 이에게는 3년 동안 그 집에 세금을 면제하라.”

“아이고! 배불리 먹여 주신다네, 이것이 웬 은혜입니까요? 이제 우리는 부지런히 일만 하면 되겠네, 감사하신 우리 나랏님···.”

도성공사는 빨리 진행했지만 백성들의 아픔에는 진정으로 필요한 온정을 베풀어 나갔습니다.

“이 대궐의 이름은 무엇으로 짓는게 좋겠소?”

“전하! 신은 조선이 큰 복을 받아 누리라는 뜻의 경복궁으로 지었습니다.”

“과연 좋은 이름이야. 조선이 천년대업을 이루어야 하니 큰 복을 받아야지.”

한양의 곳곳에서 대역사가 벌어졌습니다. 거리 곳곳을 정비하고 전각을 새로 짓는 곳에 왕자들을 거느리고 이성계가 순시를 왔습니다.

“정전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임금이라도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근정전이라 이름 하고 싶습니다.”

“맞다. 요순이 그와 같았도다.”

이성계는 흔쾌히 웃었지만 이성계를 수행하고 온 이방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정도전을 쏘아 보았습니다.

“정도전은 군주에게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이다.”

“어린 방석이 세자로 책봉된 후 방원의 눈빛에서 어쩐지 살기가 도는구나.”

정도전은 공이 가장 많고 출중한 왕자인 방원을 세자로 밀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이 가끔씩 몰려 왔지만 애써 떨쳐버리려 애를 썼습니다.

‘내가 방원을 천거했다면 전하께서는 분명 억불숭유정책을 못하게 하셨을 것이다.’

정도전의 이 같은 마음은 군주보다도 백성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이 얼마나 컸던 것인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하루 태조 이성계가 감기가 심하여 근정전을 비우자 정도전은 태조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동안 그 어느 신하도 감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전하! 한 나라를 경영하는 일은 시급히 처리해야하는 일이 많은 것이옵니다. 어떤 이유로든 집무하시는 곳을 비워 두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임금이 하는 일은 하늘의 일을 사람이 대신하는 것 일뿐이라고 경국전에 쓰겠나이다.”

정도전은 확실히 못을 박았습니다. 조선은 군주가 권력을 남용하여 폭정이 일어나면 안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상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성계는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이방원은 정도전이 임금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려는 것임을 눈치 채고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습니다.

“전하! 천하가 나의 수중에 있는데 어찌 나를 낮추고 수고를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런 임금은 결코 올바른 임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