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스트레칭 ‘이상한 발’ 완치 가능 소아 족부 변형 선천성 만곡증 1천명 출생아 중 1-2명꼴 발생 조기진단·치료 통해 정상적인 발과 동작 가능

2019년 01월 15일(화) 18:43

조선대병원 정형외과 조용진 교수가 환자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조교수, 내가 뭐 하나 물어보려고 전화했네만, 혹시 통화 괜찮으신가?” “네, 교수님. 이렇게 이른시간에 무슨 일이신지요?” “내가 요번에 손주를 봤네. 그런데 요 녀석이 양 쪽 발 모양이 달라. 왼쪽 발은 모양도 괜찮고 움직이는 것도 제법 날쌘데, 오른쪽 발은 확 꺾여서 다리에 딱 붙어 있다네. 어째 나중에 걸을 수는 있으려나 모르겠네.”

병원 로비에서 가끔 눈인사 나누는 선배 교수님이 아침 일찍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하셨다. 하루 전 태어난 첫 손주인데 발 모양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산전 진찰 초음파에서는 특별히 이상은 없었는데 출산 직후 한 쪽 발 모양이 다르고 움직임도 적다고 한다. 선천성 기형이니 전문의를 찾아가 봐야 한다는 담당 의사의 설명에 산모는 밤새 펑펑 울고 난리가 났단다.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응급실로 달려올 기세다. “교수님, 첫 손주 축하 드립니다. 발 모양 외에 다른 이상은 없나요? 산모도 아기도 우선 힘들 테니 몸 조리 하고 있다가 운신하기 편해지면 제 외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아니 조교수. 지금 사진이라도 보낼 테니 좀 봐주시게. 지금 여긴 난리야. 집사람이랑 나도 어제 한 숨도 못 잔 거 같네.”

조용진 조선대병원 관절센터 정형외과 교수

결국 선배 교수님은 방금 찍었다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내 주셨다. 처음 보는 경우라면 난리가 날 만 하다. 게다가 내 아이, 내 손주가 이런 모습이라면 아침부터 이러시는 것도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사진을 보고 나서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전화 설명만으로는 어떤 기형인지 알 수가 없었고 빈도상으로 가장 흔한 ‘선천성 중족골 내전’이거나 치료가 복잡하고 후유 장애를 남기는 ‘선천성 만곡족’일거라 생각했다.

사진에 보이는 아기의 발은 ‘선천성 종외반족’이라는 기형이다. 발이 과도하게 발 등 쪽으로 꺾여 있으며, 발등 바깥쪽이 하퇴부의 앞쪽과 맞닿아 있는 변형이다. 원인으로는 산모의 자궁 내에서의 발의 위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첫 아기일 때 , 젊은 산모, 키가 작고 몸집이 작은 산모, 여자 아기에서 더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선천성 종외반족은 다행히 마사지와 스트레칭 만으로 3-6개월 내에 정상적인 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발이 발바닥 쪽으로 전혀 내려오지 않은 심한 변형이라면 병원에서 교정 후 석고 부목 고정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대부준 수술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고 치료 결과 역시 좋다. 비슷해 보이는 다른 질환인 ‘선천성 경골 후내 만곡증’, ‘선천성 수직 거골’과의 감별을 위해서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출생 직후 발견되는 소아의 발 변형 중 ‘선천성 만곡족’은 진단이 늦어질 경우 치료가 어렵고 심한 장애를 남기기 쉽다. 발생 빈도는 1천명의 출생아 당 1-2명으로 보고되고 있고, 50%에서는 양측 발에 모두 발생하기 때문에 발 모양의 이상인지 모른 채 상당히 오랫동안 방치되기도 한다.

선천성 만곡족은 발가락 부분이 엄지 발가락 쪽으로 휘어 있고, 발이 안쪽으로 굽어 있으며, 발 바닥쪽으로 향해 있다. 발바닥 안쪽과 발뒤꿈치 쪽에 깊게 패인 주름이 보이며, 발의 바깥쪽이 둥글고 볼록하게 휘어 있다. 선천성 만곡족은 2-3개월 동안 거의 매주 병원에 내원해 도수 조작으로 변형을 교정하고 석고 고정을 유지하며 마지막에는 수술도 필요하다. 생후 1개월 이내에 이러한 치료를 시작해야 결과가 좋으나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정상 발 보다 크기가 작고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우며 커서 오래 걸을 때는 불편감을 호소하게 된다.

어린이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선천성 족부 변형은 ‘선천성 중족골 내전’이다.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사이가 약간 벌어져 있게 보이며, 발바닥 쪽에서 봤을 때 발이 ‘C’자를 그린다. 발바닥 쪽에서 보면서 발뒤꿈치를 양분하는 직선을 그렸을 때, 그 선이 두 번째 발가락 또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을 지날 때가 정상인데 이 보다 더 바깥쪽 즉 세 번째 또는 네 번째 발가락을 지나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이 경한 경우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생후 6개월 이후에도 지속되거나 강직성이 동반된 경우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보행을 시작하는 2세 이상의 어린이에서는 양쪽 엄지발가락이 반대편 발에 부딪쳐서 자주 넘어지기도 한다.

출생 직후 발견된 소아의 발 변형.

영아나 유아의 발 모양은 성인의 발과는 매우 다르다. 출생 시 평발이며 점차 좋아치가 높아져서 10-12세가 되어야 성인과 유사하게 증가하나 개인별 편차 역시 상당히 커서 전반적으로 소아의 발 모양 진단은 매우 어렵다.

또한 소아의 족부 변형은 적절한 시기에 맞추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성장하는 발의 변형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교정해야 교정도 쉽고, 정상적인 발 모양과 움직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진단 및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다면, 이차적인 뼈, 관절 및 근육의 변화가 발생하며 치료가 어려워지고 치료의 결과 역시 좋지 않다. 우리 아이의 발 모양, 너무 늦기 전에 경험 많은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