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대리인의 시대 김영식 |
| 2019년 01월 16일(수) 1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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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법률 관련 사항이나 부동산 또는 각종 행정서식과 관련한 서류들을 전문 대리인에게 일정액의 수수료를 주고 맡겨 일을 처리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서류마저도 기계가 대신 출력해 주고 스마트폰에서 간단히 인증절차만 거치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가 우연히 SNS에 대신 말해 줍니다. 또는 대리해 드립니다. 같은 사이트들이 등장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간단한 금액을 지불하면 대신 욕도 해주고 화도 내주는 감정 대리인이 등장하기 시작을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필자는 웃음과 명상 등 감정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부분이 관심이 가게 되었고 또한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을 할 때 방송화면을 보면서 필자의 감정적인 반응들을 내 보이는 것에 시청자들이 다양한 반응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패널의 반응이나 자막의 표현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패널들의 감정표현들을 자기화하고 그런 화면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게 된다. 바야흐로 감정도 대리해 주는 감정 대리인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면 감정 대리인은 역할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감정 대행인이다. 페이스북의 ‘대신 지질한 페이지’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페이지 운영자는 감정 제보자의 상황에 맞는 게시물을 만들어주거나 어울리는 상황들을 찾아 업로드 해준다. 사람들은 지질함을 대리해주는 게시물에 공감하며 “내가 쓴 글인 줄”이라는 댓글을 덧붙인다고 한다. ‘대신 화내 주는 페이지’, ‘대신 욕해주는 페이지’ 등 다양한 감정 대행인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대행 행위가 사회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양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는 감정 대변인 유형이다. 자신의 기분을 세련되게 전달하고 리액션까지 대신 수행하는 건데, 이를테면 감성 글귀를 SNS 프로필 사진에 올려 표정을 대신하고, 공유된 인기 일상툰은 그날의 기분을 대신하는 것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예쁜 척하고 있네, 안 그래도 예쁜 게’ 등 감성 글귀 인테리어 소품도 감정 대변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 대변의 행위들을 종합해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읽어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감정 관리인이다. 밀레니엄 세대들이 성인이 되면서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서비스나 상품이 등장했다. ‘술 한 잔 하고픈 날’, ‘봄바람이 좋은 날’ 같은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문화콘텐츠를 넘어 숙박, 여행 등까지 확장됐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나오는 상황인데 감정을 대중적으로 쉽고 편하게 소비하면 감정의 ‘패스트푸드화’가 진행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대인들이 과하지 않고 적당한, 행복하고 편안하며 즐거운 감정만 추구하면 부정적이거나 슬픈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 근육이 약해져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것은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위에서 살펴본 감정 대리인의 상황들을 요약해 본다면 감정이라는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인 요인이 강하고 뇌의 작용과도 밀접하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의 삶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보니 인간성의 소외와 감정의 약화들을 가져오면서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른 방법을 통해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의 조화로운 건강을 위해서 육체적인 운동, 마음 근육 키우기를 위한 명상 또는 긍정적인 생각, 영혼의 건강을 위한 사회적인 봉사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삶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나나 랜드? 그 ‘나’는 이기적인 나로 갈 수 있는 소지가 강하다. 나와 네가 이어져 우리는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해서 자신의 주변도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