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국회의원과 오얏나무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2019년 01월 17일(목) 18:23

중요한 것은 사실(fact)이 아니라 인식(perception)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시빗거리나 논쟁이 생겼을 때, 그 상황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옳거나 그름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나지 않으면 법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 더구나 국회의원의 말과 행동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기준은 전후 사정이나 법의 사실관계 규명을 뛰어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본인의 입장에서야 억울하고, 때로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지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정치인의 숙명이다. 그만큼 정치는 유무형의 책임과 다양한 의무를 포함하고 있는 영역이며, 국민들의 시선과 평가는 매우 까다롭고 엄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그런 판단과 잣대는 늘 표심으로 나타났으며, 시대적인 결론으로 작용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남 목포지역 부동산 투기의혹은 대단히 엄중하고 심각한 사안이다. 벌써부터 야당 일각에서는 이번 의혹을 ‘손혜원 게이트’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의혹에 대한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손혜원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자칫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과 정치적 리더십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목포지역 부동산 투기의혹은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손 의원이 속해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발 빠르게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것도 이번 의혹이 지닌 휘발성을 인지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부동산 투기의혹이 지닌 도덕적 파급력이다. 2016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영입했고, 영부인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초선의원이지만 정치적인 상징성도 크고, 청와대와의 연계성도 지니고 있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적폐로 지목된 ‘최순실 게이트’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사자후를 토해내던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최순실씨와 그 주변인들이 권력을 이용해 각종 사익을 취하고, 심지어 국정농단에 가담한 폐해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던 강단에 많은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초선 국회의원이 그 직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둘러싸인 것만으로도 도덕적으로 이미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친인척들의 이름으로 구입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도 안가니까 증여를 했고, 친인척이라도 끌어들여서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려고 했다거나, 남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의 박물관 사업을 위해 사재를 털었다는 해명이 구차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다음으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정치적 파급력이다. 손 의원은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다. 더구나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간사를 맡고 있다. 당연히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와 자료들을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 사업에는 5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무엇보다도 부동산을 매입한 시기와 매입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의혹을 키우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문제가 된 목포의 부동산이 조카 이름으로 건물 3채, 남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이름으로 건물 3채, 손 의원 보좌관의 배우자 이름으로 건물 1채, 보좌관 딸과 또 다른 조카 공동으로 건물 3채에 이른다. 더욱 의아한 것은 목포에서만 이처럼 많은 건물을 불과 1년 6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건물 매입이 끝나고 난 후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부동산의 가치는 높아졌으니 부동산 투기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금의 출처와 함께 조카와 보좌진의 딸 이름으로 등록한 것이 현행법상 부동산 명의신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정치인은 늘 오얏나무 아래에 서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매는 것만으로도 온갖 구설에 휘말리게 된다.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기도 전에, 그 상황을 초래한 것만으로도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당사자의 심정이야 구구절절이겠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갓을 고쳐 맨 상황이다.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정부 예산이 투입 된 이후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찌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거듭 강조하지만 영부인의 친구로 알려진 정치인으로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통렬히 꾸짖던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집권 여당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로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지역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고, 그 중심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손 의원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은 막중하다. 더불어민주당 역시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관계의 명확한 규명은 물론이고, 만에 하나라도 위법한 사안이나, 정치인으로서의 흠결이 드러난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단행해야 한다. 댐이 무너지는 그 시작은 작은 구멍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