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푸른 꽃병 정금숙 시

2019년 01월 21일(월) 18:39

꽃병에서 떨어진 마른 꽃잎은
이미 끊어진지 오래된
인연처럼 부서진다
날이 갈수록 고요처럼 바랜
울음의 흔적들
무리지어 흐르는 푸른 안개 속에
겁도 없이 피어오른
나이든 꽃이
지난 시간 속을 헤집으며
한 때 마음이 꽂혀
제 몸 다 태워 버린
이야기를 쏟아낸다
제자리에 머물지도 못하는
꽃이 지고
다시, 피기 시작한 꽃들은
푸른 병 속으로 기어 들어오고 있다


<해설> 꽃병에 꽂힌 꽃은 화사하고 아름답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시들고 만다. 하지만 그 일주일간 화병의 꽃은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만든다. 마치 어여쁜 여인처럼 작은 공간에 풍성한 향기를 풀어놓는다. 그래서 화병은 끊임없이 채워지는 이야기 꽃밭이다.
<약력> 서석문학 등단(2009), 광주시문학상 작품상수상(2018), 한국문협 회원, 광주문협 이사, 광주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