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산행 고운석 시

2019년 01월 21일(월) 18:39

남들은 충장로를 가는데 나는 무등산엘 갔다
향암촌 골짜기 충민사 아래
불법으로 친 텐트 속에
모기향 피워놓고 몸을 숨긴 채
내가 기다리는 것은 여인이 아니었다
김덕령 전상의 송제민 같은 충신을 보는 것이다
아직 그들의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계곡 깊은 곳에
서릿발같은 호령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그들 사라진 자리에 붉은 핏자국 같은
진달래 무더기로 흐르다
석곡 수원지 하류에서 만나는 깊은 천변
정지장군의 영혼이 무등산을 업고 서있다
남들은 날마다 충장로에서 꿈을 꾸는데
나는 오늘도 옛 흔적을 찾아 무등산을 넘는다


<해설> 호남의 명산 무등산은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서석대, 입석대에는 그들의 발자취와 시문이 남아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는 싯귀처럼 영웅은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기개와 정신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약력> 국제 PEN클럽 회원, 한국 문·시인협회 회원, 광주·전남문인협회 회원, 무진주문학회 회장, 호남매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