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의 역사 동화] 50,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저 광활한 땅을 보라

2019년 01월 21일(월) 18:39

/그림:선성경

“전하! 신 정도전, 함길도의 모든 국경의 성벽을 튼튼히 쌓고 병사들을 철저히 훈련시켜 반드시 전하께서 꿈꾸시는 요동정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그대의 충정이 참으로 눈물겹도다.”

앞이 보이지 않는 눈발을 뚫고 동북 면으로 떠나는 정도전을 바라보면서 태조 이성계는 기어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대의 요동정벌을 위한 꿈이 곧 나의 꿈이기도 한 것을 내 어찌 막겠는가?”

태조 이성계에게는 한없이 고맙고도 다정한 벗이요, 신하였고 혈육보다 더 아끼던 사람이 바로 정도전이었습니다.

정도전은 동북면에 도착하여 땅의 경계를 두루 살피고 허물어진 성을 쌓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군사들의 훈련도 엄하게 다스려 용맹한 군사로 단련 시켰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이성계 장군 때도 이리 힘들 지는 않았는데….”

“이 사람아! 그래도 장군이 오셔서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성 쌓는 일과 훈련이 힘은 들어도 군사들의 기강이 몰라보도록 엄하게 잘 잡혀 갔습니다.

“옛 땅 요동을 찾기 위한 우리들의 땀방울이다. 성을 쌓는 일에 더욱 정성을 기울이라.”

“오늘 너희들의 고된 훈련만이 저 멀리 보이는 요동 땅을 되찾아오는 길이 된다.”

정도전은 오히려 병사들보다 더 땀을 흘리며 뛰고 함께 훈련에 임했습니다.

그의 거처 역시 조선 최고의 실권자의 자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병사들과 똑 같은 초라한 막사를 쓰면서 군사들과 함께 주먹밥을 먹으며 함께 뒹굴며 성곽을 쌓았습니다.

“이놈아! 장군께서 명하신대로 성을 쌓아야지. 왜 이리 엉성하냐?”

“그러게. 장군처럼 우리 병사들을 사랑하시는 분이 어디계신다고. 꾀부리지 말고 잘해야지.”

해가 바뀌던 이듬해 2월 5일, 태조 이성계는 함길도 동북 면에 사람을 보내 정도전의 노고를 치하하고 음식과 의복을 하사하였습니다.

“왕께서 내리신 음식이니라. 모두 함께 맛있게 들라.”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모처럼 술과 고기로 즐거운 날이었다. 한 끼나마 병사들을 배불리 먹였다는 사실이 정도전에게 있어서도 참으로 기쁜 일이었습니다.

“전하···.”

늦은 밤, 태조 이성계가 보낸 서찰을 다시 한 번 꺼내 읽던 정도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구구절절 따뜻한 위로와 추운 날씨에 과로하지 말라는 어명이었지만 정도전 자신을 송현 거사라 불러주어 더욱 다정하게 왕의 마음이 전해져왔습니다.

“전하! 어찌 이리 자애로우시옵니까? 부디 강녕 하시옵소서.”

임금의 자애로운 음성이 들리는듯하여 정도전은 한양 쪽을 향하여 깊이 부복 하였습니다.

3월이 되자 날씨가 많이 풀려 마지막 성벽을 마무리하는 병사들이 그나마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정도전에게는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함길도 경원부의 성이 오늘 완성되었다는 보고입니다.”

“오! 그래. 며칠 전 순시 때 보니 사나흘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병사들이 애를 썼구나.”

“워낙 장군께서 베푸신 사랑이 크시다 보니 병사들도 신바람이 나서 일을 한 것입니다.”

“허허! 그래 감사한 일일세. 빼앗긴 땅을 되찾겠다고 이곳까지 와준 병사들 아닌가?”

병사들의 훈련에도 규율이 엄히 잡히고 상하의 질서가 분명하여 병사들의 사기는 점점 높아만 가고 있었습니다.

“왕께서는 평안하신지? 마음 같아서는 한 번 모시고 와서 이렇게 튼튼히 쌓은 성벽위에서 저 멀리에 있는 요동 땅을 한번 보여드리고 싶도다.”

여기저기 허물어진 모든 성벽을 다 쌓은 뒤로 정도전은 틈틈이 ‘경제문감별집’을 저술하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나 군사들의 훈련 상황을 점검하면서 요동 땅을 바라볼 때면 가슴이 뜨겁게 뛰었습니다.

“전하! 보고 계시옵니까? 저 멀리 보이는 저 광활한 땅, 우리의 후손들이 말을 달리고 천년 조선의 대업을 이어 나갈 저 요동 땅을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것이옵니다.”

모든 일이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보수하고 다시 새로 쌓은 성들은 요새처럼 튼튼하여 그 어떤 오랑케도 감히 범접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새로 쌓은 성에 대해 보고를 받은 태조 이성계는 곧바로 정도전을 한양으로 불렀습니다.

“이제 정도전은 지체하지 말고 조정으로 들어와 과인을 도우라.”

어길 수 없는 왕명을 받고 정도전이 임금 앞에 나아가자 태조 이성계는 그의 공이 윤관의 9성역보다 더 크다고 높이 치하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