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삶과 성찰…27년 만에 세상 밖으로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 채광석 지음/문학의숲/1만2천원 채광석 시인, ‘친구여 찬비…’ 이후 두 번째 시집 관계 속 갈등·타인의 슬픔 등 현실적 시어로 투영 정겨울 기자

2019년 02월 10일(일) 18:15

채광석 시인

리얼리즘 시학으로 돌아온 채광석 시인의 신간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가 출간 3주 만에 3쇄에 돌입했다.

출간 즉시 예스24 기준 시집/희곡 분야 1위, 시집/희곡 top 20위권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는 첫 시집 ‘친구여 찬비 내리는 초겨울 새벽은 슬프다’ 이후 27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시인에 관한 독자들의 갈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평론가들은 일제히 시대의 격랑을 함께 타고 넘어온 ‘386세대의 진솔한 성찰적 자서전이자 일기장’이라며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시집’이라 호평하고 있다.

신간에는 공백기동안 채광석 시인의 삶과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세대까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인간적 갈등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에는 30대부터 40대, 50대까지 시인의 삶이 현실적이면서 서정적인 언어로 담겨 있다. 나이대별로 시인의 삶과 성찰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며, 당시의 나라 상황이 삶에 투영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1부 90 그리고 서른’에서는 시인의 20대 후반과 30대의 막막했던 삶이 그려져 있으며, ‘제2부 마흔, 무늬 몇 개’에는 슬픔과 회환으로 가득한 40대의 삶을 가득 담아냈다.

‘제3부 쉰 즈음’에는 세상을 바꾸려 했으나 스스로 선이 되지 못한 동료들과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제4부 역사의 바깥’에서는 한용운의 아내 전정숙, 기미년의 기녀들 등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이름 없이 스러져간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담았다.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이 시집은 내가 걸어온 모든 것을, 상처와 고통과 죄책감과 새롭게 일어나는 꿈까지도 함께 나눠갖도록 한다”며 “이 새로운 시적 자서전이 우리들로 하여금 가슴 깊이 도사린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타인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자각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채광석 시인은 1968년 전북 순창에서 출생해 광주인성고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수학했다. 이후 1990년 ‘사상문예운동’으로 등단해 고(故) 김귀정 추모시집 ‘누가 내 누이의 이름을 묻거든’을 대표 집필했으며, ‘오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