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가로등 허소미 시

2019년 02월 11일(월) 19:07

앓는 이 뽑지 못하고
지새는 밤
상처는 더욱 쑤석거리면서
기승을 부린다
어둠발은 홑이불처럼 덮혀
어머니의 약손처럼 자거라 자거라
다독거리지만
고슴도치의 털처럼
쭈삣쭈삣
곤두서는 촉수로
이 밤 건너고 있는가
쓰디쓰게 정신의 뿌리까지 젖어드는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맛깔나는 상처
어둠과 한 합이 되지 못하고
환히 불 켜고 있는 저 눈알


<해설> 밤을 꼬박 홀로 새는 순간이 있다. 모두가 잠든 한 밤중 살아있는 의식은 촉수가 돼 이것 저것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어둠과 하나가 되지 못한 의식은 고통과 외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의 내면이 시적 감동을 안겨준다. <약력> 2001년 ‘한국시’ 시 당선, ‘문학춘추’ 시와 평론 당선, 저서 ‘먼 먼 나무’ 외 한 권의 시집과 다수의 동인지, 평론집 ‘반추와 존재론적 형이상학에 대한 통찰’, 현재 광주문협 사무차장 및 평론분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