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16)생태인권 마을 수완마을 풍영정천 지키기로 생태·인권 가치 업그레이드 2017년부터 풍영정천 생태해설가 양성 교육 진행 가이드북 제작 초등 교재 활용…인권수업도 병행 문철헌 기자

2019년 02월 12일(화) 19:03

풍영정천에 큰 오염사고가 연달아 일어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자 수완마을 주민주도형 협의체와 마을 주민들이 풍영정천 살리기 운동에 참여해 하천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완마을의 ‘생태보물’ 풍영정천을 살리고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마을’을 만들기 위해 생태인권 마을을 시작했다.

수완인권마을 사업이 2017년부터 생태인권마을을 목표로 추진된 배경에는 주민의 삶을 뒤흔든 큰 사건이 있었다.

2017년 풍영정천에 큰 오염사고가 연달아 일어났고 물고기가 떼죽을 당하자 수완마을 주민들이 주민주도형 협의체를 만들고 풍영정천살리기 운동에 너나 없이 나섰다. 광주시민센터 ‘풍영정천사람모임’도 풍영정천환경모니터링단을 광산구 지자체와 함께 꾸려 나갔으며 2017년부터 오염감시 활동을 시작했다. 수완마을의 가장 큰 의제로 떠오른 풍영정천살리기는 주민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지키는 일이자 생태와 더불어 인권을 지키는 일이었다. 이후 주민의 눈은 모두 풍영정천으로 모아졌다.

수완마을 인권사업은 ‘풍영정천 살리기’라는 마을 의제와 연결될 수 밖에 없었다. 하천에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생태가치를 이웃에게 널리 알리고 하천살리기 목적과 방향을 바로 세우는 사업기획이 절실하게 필요했으며, 교육사업을 통해 인권마을이라는 범주에서 풍영정천과 사람을 매개하는 일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생태, 즉 풍영정천살리기와 인권이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생태와 인권은 다른 듯 보여도 한몸이다. 생태는 인권을 뛰어넘는 상위 개념이며 충분히 껴안고도 남는다. 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는 다름 아닌 생태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폭염은 유난히 길었다. 재해수준이었으며 사람들은 에어컨을 맘대로 켤 수 있어야 한다며 인권을 외쳤다. 생태계가 파괴돼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결국엔 인권도 파괴된다고 생각한다. ‘생태 마을을 만들어야 인권마을이 가능하다’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풍영정천 살리기는 수완마을 주민의 인권을 지키는 첫 번째 일이며 지속가능한 마을살이를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무엇보다 풍영정천의 생태가치를 마을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풍영정천을 가장 잘 아는 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해설가 활동을 통해 친숙하게 다가간다면 충분히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2017년 5월부터 6월까지 풍영정천생태해설가 양성교육을 시작했으며 마을 주민 20여명이 참가해 6회 차 교육을 수료하는 등 열정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참가자들 대부분 수료증을 받았으며 일부는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인 해설가 양성에 그치지 않고 풍영정천을 널리 알릴 교재인 ‘풍영정천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풍영정천 가이드북은 풍영정천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소중한 매개체로 인기몰이를 하며 금새 동이 났다. 새별초등학교 교사들의 보조교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올해는 ‘찾아가는 생태인권교육’ 수업의 일환으로 마을 지역아동센터나 작은도서관의 아이들을 찾아가 아이들이 풍영정천을 친구로 사귀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7년 상반기 지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주민들은 ‘맑고 깨끗한 하천’을 원했다. 아쉽게도 풍영정천은 아직 주민들이 마음 편히 손발을 담글 수 있는 하천이 아니다. 하천 오염은 몰지각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일으키지만 마을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너무 크다.

2017년 11월4일 하남산단에 있는 하남교 아래에 수질감지기를 설치한 뒤 폐수 오염사고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생태인권 사업을 통해 수완마을에 불고 있는 풍영정천살리기 운동에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었다.

이 같은 참여는 기존 ‘생태가 인권이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했던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풍영정천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수완마을은 풍영정천이란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마을, 생태에서 인권을 배우는 마을이 되고 있다.

생태인권사업은 이렇듯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고 인권의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생태와 인권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너’가 아닌 ‘나’인 것이다. 오랜 친구이자 깊은 인연이며 소중한 생명이자 즐거운 추억이다.


“수완마을 생태인권사업 전국 모범사례 우뚝서길”

김용재 광주시민센터 대표

“생태마을을 만들어야 인권마을이 가능합니다.”

김용재 아름다운공동체 광주시민센터 대표는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마을을 만들고자 생태인권 마을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인권마을의 기본은 우리가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는 생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생태와 인권은 다른 듯 보여도 한 몸이며, 인권을 뛰어넘는 상위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인권 마을 사업을 시작하면서 도대체 인권과 생태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했을때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며 “이렇듯 자연과 생태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속에서 시작하는 인권 사업은 비포장도로에 고속도로를 새로 까는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내가 먼저 알아야 남을 알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퇴근 이후 집 근처 도서관에 들러 하천과 생태에 관한 서적들을 빌려 틈이 나는 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을주도형 사업 일환으로 나온 예산을 통해 ‘풍영정천해설가’ 양성교육을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엔 관심이 없던 주민들도 1회에서 6회 교육을 받는 동안 점점 흥미를 갖기 시작했으며 정식교육 수료 이후 수료증을 받은 수료자를 기반으로 생태환경 해설가로 성장한 모습을 보고 인권의식에 대한 흐름과 지평을 넓힌 사례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대표는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꼭 사람과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 아님을, 생태와 인권이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도 온전히 줄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되새기는 계기였다”며 “우리가 가꾼 수완마을의 풍영정천에서 멈추지 않고 좋은 인권 사업으로 기억돼 전남도의 생태하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생태와 인권이 보존되며 존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민주도형 참여 활성화를 통해 지역참여예산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민주자치’ 실현에도 한발 나아갈 수 있는 사업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철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