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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이름으로 세상에 고하다]청년에게 상생하는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 함께하는 나를 배우자
목표 향한 무한도전…치열한 경쟁에 길들여진 청춘 자화상
상생·치유의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 배워야

2019년 02월 19일(화) 19:10

화제 끝에 종영한 드라마 SKY캐슬의 어록 중에 김주영이 강예서를 불러 하는 말이 있다. “합격을 방해하는 일체의 것을 무시해. 심지어 그게 엄마일지라도.”

언뜻 보면 상식을 벗어나는 것 같은 기괴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편 공감하고 안타까워한다. 이 말은 왜 우리에게 아프게 닿아올 수밖에 없는 걸까.

우리는 누구나 개별로 각자 자신을 챙겨야 하는 원자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치열한 자기 노력을 해서 직장에 들어갔다 해도 끝이 아니다. 그 안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인간관계는 곧 우리가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서로가 각자의 생존을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곳이고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때로는 짓밟고 그에 대한 배려도 내팽겨 쳐야 하는 곳이 사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을 원망할 수 없는 것은 우리를 그렇게 한국 사회가 길러왔고 아주 어릴 때부터 그것이 당연한 체계임을 학교 시스템을 통해 배워왔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모두들 어떤 식으로든 SKY캐슬을 경험했다. 이 SKY캐슬 속에서 우리는, 엄마를 버릴 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또래집단과 학교공동체가 이미 무너져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 구조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했어도 같은 형식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취업학원을 다니고, 우수한 성적을 목표로 하고 시험에 합격해 또 다른 조직에 들어간다. 그 조직에서 우리는 다시금 목표를 찾아야 한다. 경쟁의 규칙에 익숙해진 우리는 항상 남보다 나은 나를 그리워하면서 그것을 경쟁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어 하고 허전함에 시달린다. 기업이나 회사는 이 구조를 부추긴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추구하고 특히 그중에서 공무원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런 경쟁 구조에 지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자식들이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 부모의 욕망은 오직 ‘사회에서의 성공’ 한 길에 투영됐고, 그것만을 위해 전력질주 해왔다.

온 사회가 매달려 구축한 이 거대한 경쟁구조는 한편으로는 잘 작동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열정을 빼앗고 지친 마음을 낳게 됐다. 남과 부대끼는 것이 피곤하다. 연애도 피곤하고, 결혼은 더욱 피곤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냥 어쩌다 만난 이성과 하룻밤 보내는 것으로 대체된다.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어떻게 결혼을 감당하고 육아 때문에 나 자신의 인생을 또 희생해야 하는가?

이 생각을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하겠지만,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경쟁 사회 속에서 희생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다. 나 또한 이런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고통 받는 청년들의 개별 의식들이 치유되고 건강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기를 바랄 것이다.

과연 해결책이 있을까? 개별적인 의식들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으려면 우선 그들의 생존이 확보돼야 하고, 남이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타인으로서 있을 수 있는 공동체가 주어져야 한다.

김서라 <청년문화허브 회원>

공동체는 쉽게 가족공동체, 국가공동체와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여러 가지 종류의 공동체가 있지만 직장도 아니고, 단순히 여가를 즐기기 위해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도 아닐 것이다.

서로의 상생을 도모하고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다. 이러한 공동체는 어디에나 만들어질 수 있다. 같은 전공의 공부를 하는 학생들끼리 모여 정기적인 세미나를 여는 공동체, 예술 활동을 위한 작업실을 공유하고 함께 작업하는 공동체, 함께 텃밭을 만들어 작물을 키우는 공동체, 이웃과도 한 번씩 정기모임을 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해가는 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공동체는 사회의 기본 전제인 경쟁의 규칙으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경쟁의 규칙을 버릴 때 공동체가 이뤄진다. 공동체에는 도리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어떤 규칙이 있고, 각자는 그 규칙을 우선해야 한다.

공동체는 우리가 쉴 수 있는 터전이 된다. 경쟁의 규칙을 버리고 타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 가는 곳이기에 그렇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공동체다. 나를 키운 가족을 넘어 사회에 적응해가는 기간 동안 청년들은 새로운 공동체 속에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나를 부풀리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다.

이 공동체는 기존의 가족 개념을 넘어서는 것일 수 있다.

공동체와 개별 가운데, 나를 버리고 채우는 과정 가운데서, 청년이 스스로 행복하게 자립할 수 있는 진정한 내실이 생기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