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의 민속악컬렉션]다섯 번째 마당 우리들의 이야기 - Folk Song 민속악의 일상 ‘민요’ 전통성·지역성 함축…민중의 희로애락 담아낸 구전문화 진수

2019년 02월 21일(목) 19:23

노동요의 하나인 용전들노래는 광주 북구 용전마을에 전승돼 오는 들노래다. 벼농사를 지을 때 농군들이 두레나 품앗이 등 집단을 이뤄 일하면서 부르며 모판만들기, 논매기 등 논 농사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광주매일신문 DB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꿈에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 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는꿈 꿈을 꾸어서 무엇을 하리
(흥타령 가사 中)

민요는 대중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삶의 표현이 그대로 녹아있는 노래다. 우리 조상들은 노래 없이 일하지 않았고 언제나 일하는 곳에 노래가 있었다.

악곡이나 사설은 지역에 따라 노래 부르는 사람의 취향이나 즉흥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민요는 인간의 미적 심성과 정서가 담겨 있는 자연 발생적인 성격을 지니는 까닭에 어느 나라나 그 음악문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밑바탕에는 민요가 존재한다.

민요의 유래는 문헌적 근거가 빈약하다. 백성들의 삶과 더불어 구비 전승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전문적인 소리꾼이나 놀이꾼들이 민요를 전승하지 않았다. 비전문가인 백성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전승시켰기 때문에 민요의 작자를 알 수 없기도 하다.

민요는 민간음악의 다른 갈래보다 오랜 역사성과 지역적 전통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 주민의 의식세계를 가장 잘 보여준다.

현행 민요는 향토민요(비전문가가 부르는 민요)와 통속민요(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부르는 민요)가 있다. 향토민요는 생활의 필요에 의해 부르고 전승해온 공동작 성격의 노래이며 대체로 일정한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기능을 중심으로 크게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노동요는 논농사와 관련된 노래로 모 찌는 소리, 논 매는 소리 등을 말하며 의식요는 의식을 행할 때 부르는 것으로 ‘세시의식요’(歲時儀式謠)와 ‘장례의식요’(葬禮儀式謠)로 지신밟기 노래나 상여소리를 말한다. 유희요는 놀이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로 강강술래, 줄다리기 노래 등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불리어 왔던 노동요들은 농업이나 어업 등 작업의 기계화로 인해 이제는 80세 이상의 극소수 노인들에 의해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즉 향토민요는 그 지역에서만 불리어지는 민요이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의 문화를 알 수 있기도 하다. 민요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고 시도한 작업들은 1930년대 이후부터 시작됐고 문화방송에서는 1989년 4월10일부터 2008년 1월6일까지 광고 형식의 짧은 향토민요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최상일 연출)를 진행했었다. MBC라디오 표준FM(수도권 FM 95.9㎒, AM 900㎑)에서 향토민요 프로젝트인 ‘한국민요대전’은 사라져 가는 향토민요를 기록화해 음반 및 사설 악보 자료를 남겨놓았다. 민속학자, 국악학자들을 통해서도 향토민요에 관한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민요는 음악적으로 각 지역적 특성이 있는데 ‘토리’라 해 지역별로 독특한 선법구조를 지니고 있다. 각 지역마다 방언이 있듯이 민요 역시 각 지역적 특징이 강하다. 또한 이를 토대로 지역적 유형을 나눈다. 경상도의 ‘메나리토리’, 평안도의 ‘수심가’, 경기도의 ‘창부타령’, 전라도의 ‘육자배기토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통속민요는 전문적인 소리꾼들이 부르는 노래로 일정한 지역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널리 불린다는 점에서 향토 민요와 구별된다.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불리어 지기 때문에 관현악 반주가 따르고 일정한 장단에 맞춰 부른다. 장식음과 표현 기법이 다양하며 앞소리와 뒷소리(후렴)가 향토 민요에 비해 길게 짜여져 있다.

생활의 필요에 의해 부르고 전승해온 공동작 성격의 노래인 향토민요는 기능을 중심으로 크게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로 구분 짓는다. 사진은 대표적 노동요인 ‘남도들노래’.

통속민요로는 아리랑, 밀양아리랑, 도라지, 방아타령, 강원도아리랑, 농부가, 육자배기, 흥타령, 수심가, 천안삼거리, 매화타령 등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민요로 음악적 짜임새나 사설의 구성이 잘 돼있다. 현재는 연주자들에 의해 각각 다른 선법으로 해석돼 불리어 지기도 하고 작·편곡자들에 의해 재편곡 돼 좀 더 웅장하거나 세련된 선율구조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즉 현대인의 감수성에 어울리는 민요의 재탄생인 것이다.

민속적인 생활을 바탕으로 해 생성된 민요는 단순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불러 볼 수 있는 것을 가능케 하는 예술이다. 민요가 주는 매력은 단순한 선율에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곡조, 머리와 입이 기억하는 흥얼거림이다. 삶의 기본에 충실한 가사내용과 인생의 희로애락표현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민요의 힘이다.

◆향토민요 -모 찌는 소리(에라먼들) (무안지역 노동요)

(메기는소리) (받는소리)

에라아아 머언들 에라아아 머언들

먼들소리 맞춰보세 에라아아 머언들

먼데 사람 듣기좋게 에라아아 머언들

옆에 사람 보기좋게 에라아아 머언들

이 모를 무어서 어데다 심을게 에라아아 머언들

저 건너 장구배미다 심어보세 에라아아 머언들

노세 놀아 젊어 노세 에라아아 머언들

늙고서 병들면 못노느니 에라아아 머언들

세월아 펄펄 가지 마라 에라아아 머언들

아까운 청춘 다 늙어가네 에라아아 머언들


◆통속민요 - 진도아리랑 (남도 민요)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약산 동대 진달래꽃은 한 송이만 피어도 모두 따라 피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데

나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내가 돌아간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글쓴이 김선희씨는 전남대 국악과 졸업, 전남대 문화재협동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이자, 남도민속학회원, 한국차문화협회원, 여성환경교육위원(전남본부)으로 활동 중이다. 2008년 광주시립예술단 우수단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