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매화에게 묻다 임원식 시

2019년 02월 25일(월) 18:06

홑 겹옷으로
모진 겨울 남해갯바람을
잘도 견디시던
어머니

어린 자식들 앞에서
잃지 않던 그 웃음
어쩌면 매화꽃
아니던가요.

박가분* 한 통 없어도
어머니 얼굴에서
나던 땀 냄새
눈바람 이기고 피는
매화 향기였어요.

이제 알겠어요
왜 봄이 오기 전에
섬진강 매화나무들이
나를 불러내는지를
왜 매화나무가
조선의 어머니들의
옛 모습인가를.

*박가분 : 한국최초로 제조 및 판매된 화장품(분)


<해설> 매화는 겨울 끝자락 맵찬 바람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린다. 눈속에서 환하게 꽃잎을 피워내는 매화를 설중매라고 한다. 만물이 겨우내 웅크린 가운데서 매화는 제일 먼저 화사한 꽃잔치를 벌인다. 이는 마치 인고의 삶을 견디며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신 우리들의 어머니를 연상케 한다. 섬진강 매화는 올해도 눈보라를 이겨내고 그윽한 향기를 바람에 실려 보낸다. <약력> ‘월간문학’ 평론, ‘문예사조’ 시·소설, ‘유심’ 시 등단, 시집 ‘사랑이 오는 시간’, ‘매화에게 묻다’ 등 16권 출간, 광주문학상, 창조문예 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평론), 한국시인협회, 국제PEN 회원, 광주문협 회장 역임, 현 제10대 광주예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