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장은 빛나고 있는가? 서삼석 |
| 2019년 03월 06일(수) 18: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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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여인의 옷자락과 남녘의 꽃 소식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기해년 새 봄에도 만산에 진달래는 흐드러지게 필 것이고, 물 머금은 풀잎에선 희망의 싹이 돋아나며, 흐르는 대동강과 한강 물 따라 평화의 메아리도 한껏 목청을 돋울 것이다.
도시의 일상이야 늘 그렇듯이 바삐 움직일 테고, 설이 보름 지난 농촌의 들녘은 논 밭 갈이와 웃자란 풀 메기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한낮 기온은 성큼 다가선 늦봄을 연상케 하고, 행인의 옷자락 두께는 서로 달라서 오고 가는 계절의 길목인가 보다.
지난 2월은 전국에서 초·중·고·대학이 모두 졸업하는 시즌이었다.
전에는 고작해야 검정 교복에 하얀 밀가루 세례뿐이었던 흑백의 시대를 지나 요즘은 정말 화려하기가 그지없다.
하지만 겉모습아 아닌 속마음도 그랬을까 싶다.
한국 학교사회의 그 치열한 경쟁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만큼 세계인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학업에 정진하고 수준 높은 학문을 연구하는 선의의 경쟁이야 말로 그 보다 아름다울 순 없지만, 과연 결과도 그러할까?
저출생의 이유로 대학의 문에 들어서는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나 대학의 규모는 크게 변동이 없어 이도 심히 우려스러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대학은 입시의 경쟁이 아닌 입시의 지옥으로부터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학 입학과 졸업자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청년 실업률이 낮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하나, 적어도 일찍이 고등교육의 방향에 전환점을 시사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시절에 획기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혁신도시 사업이었다.
공기업을 전국화한 것이다.
공기업을 지역에 분산 배치한 것은 지방을 고루 잘 살게 하자는 것이 핵심이었고, 더 나아가서 그 지방의 대학이 배출하거나, 그 지역 출신의 젊은 인재들을 채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아직까지 그 취지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지역의 혁신도시는 공기업의 지역인재 의무채용률이 겨우 20% 정도의 수준으로, 전국적으로 보면 하위권에 머문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줄어드는 일자리만을 거론하기보다, 대학 입시와 고교 졸업생의 진로 교육에 대해 보다 열린 사고로 책임 있게 접근해야 한다.
이 시대의 대부분 고교생들은 입시 아닌 다른 진로 교육의 선택권에서 소외되어 자기의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와 사회 그리고 학부모에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들도 자기 아이의 적성과 소질 그리고 그 아이가 소망하는 것들을 더 꼼꼼히 살펴 줘야 한다고 본다.
현재 한국대학의 향후 정상화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일련의 그러한 노력들이 더 늦기 전에 솔직해 졌으면 한다.
지금 세상은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 준다고’고 해 아름답게 돌아가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그 시대는 경쟁을 넘어 아름다운 낭만이라는 것들이 그리고 마음의 여유와 정, 배려의 깊은 뜻들이 있어 가능한 시기였다.
“학생 여러분,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라고 말씀하셨던 어릴 적 교장 선생님이 생각난다. 과연 지금도 그럴까 !
청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미래 세력이자 세상을 이끌어 가는 동력이다.
어떤 이유로도 그들에게 희망 아닌 또 다른 것은 상처일 뿐이다. 분명 길은 있는데 찾지 못하고 있다.
길이 없다면 만들어 가면 된다. 이를 위한 노력의 지체는 변명이고 합리화일 뿐이다.
남북의 평화도 중요하지만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 중의 으뜸은 청년들의 마음을 읽어 주는 이 사회의 올바른 인식이다.
언제쯤 빛나게 될지도 모르는 졸업장, 누가 빛을 내게 해야 할 것인가는 지금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