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의 오만한 태도 ‘하늘이 무섭지 않나’

2019년 03월 11일(월) 19:26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11일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씨(88)가 예상대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전씨 측은 이날 법정에서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재판정에 들어서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내 저으며 큰 소리로 “이거 왜 이래”라며 불쾌한 듯 격한 반응을 보였다.

수많은 광주시민을 학살한 것뿐만 아니라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젊은이를 감옥에 가두는 등 80년대를 독재와 암흑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치고는 너무나 오만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는 여전히 내심 ‘5·18을 폭도에 의한 내란’으로 규정하며 무력진압을 정당한 조치로 인식하는 자기방어 기제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미 역사는 눈앞의 권력욕에 사로잡힌 전씨 등 신군부의 잔인한 폭거라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재판부도 “5·18은 민주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의 시위가 정국 장악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신군부가 무리한 진압 활동으로 과도하게 총기를 사용해 수많은 시민이 희생당한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지 오래됐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가 지난 1980년 5월21일 광주천 불로동 다리 쯤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 신부를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이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그는 건강 때문에 광주까지 갈 수 없다면서도 지난해 12월 추운 날씨에도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를 치는 등 사실상 법과 정의의 심판을 피하는 데 급급해 왔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한때 한 나라의 권력자로 군림했던 위엄과는 사뭇 다른 비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39년 만에 이뤄진 이번 재판은 5·18 진상규명의 역사적인 단초가 될 수 있었음에도 허무하게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전 씨가 최고권력을 누린 자로서 역사와 법 앞에 5·18 진실 밝혀주길 기대했던 광주시민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준 셈이다.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