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행·폭언’ 택시기사 수난…보호책 없나 5년간 폭행사건 1만5천여건 불구 검거율 한 자릿수 최환준 기자 |
| 2019년 03월 18일(월) 13:34 |
최근 인천에서 발생했던 ‘동전 택시기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심야 시간대 취객들로부터 갑질과 폭언, 그리고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에서도 지난달 말 거스름돈 ‘100원’을 빨리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앞서 1월에는 달리는 택시의 문을 못 열게 했다는 이유로 택시기사를 폭행한 일이 벌어졌다. 이처럼 무차별적인 폭력 사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소병훈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자동차 운전자 폭행 사건 건수는 총 1만5천422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3천303건, 2014년 3천246건, 2015년 3천149건, 2016년 3천004건, 2017년 2천720건이다.
하지만 폭행에 대한 구속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운전자 폭행으로 검거된 1만6천99명 중 구속된 인원은 약 9%(137명)에 그쳤다.
이처럼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처벌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 정비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택시기사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격벽’이 설치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보호격벽은 운전석과 승객이 타는 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투명 재질로 된 물리적 벽으로 집적적인 접촉을 막아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경기도는 지난 2015년부터 도비 30%, 시·군비 50%를 택시 안전격벽 설치에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2024년까지 모든 택시에 격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에서는 격벽이 대부분 설치돼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광주시의 경우 보호격벽이 설치된 택시는 단 1대도 없다.
시 관계자는 “택시업계와 간담회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보호벽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못 들었다”며 “요구가 있을 시 재정 지원 방안을 추후 검토하겠다”고 소극적인 입장이다.
택시기사 이모(63)씨는 “늦은 밤이나 만취한 손님이 운전을 방해할 경우, 교통사고 등 2, 3차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며 “정면을 보고 운전하는 기사들은 스스로 보호하거나 방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격벽이 유용한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호격벽 설치 시 공간이 협소해져 운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웃나라 일본처럼 일반 승용차와는 다른 설계를 반영한 전용차량의 제작도 요구되고 있다. 경찰 CCTV 상황실과 연계된 CCTV 설치 역시 마찬가지다. 택시 내부에 경고문을 부착하는 등 범죄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한국택시광주협동조합 관계자는 “택시 내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외부에 알릴 수 있는 ‘비상등’이 있지만,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며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폭력사건을 근절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긴급히 마련돼야 하겠다”고 강조했다./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