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종별 특성 맞게 탄력근로제 시행해야 김기태 |
| 2019년 03월 24일(일) 1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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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만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각종 경제지표 하락 및 서민 일자리 창출 저하 등의 이유로 발이 묶였다. 건설업계도 국민의 눈높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건설 분야에 대한 정부의 급진적 정책들이 대거 추진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 개선위원회가 사회적 대타협의 하나로 탄력근로제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었으나 최종 합의안 의결이 무산된 채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탄력근로제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 52 근로시간 단축제가 실시되면서 건설산업과 같은 특수현장의 경우 일감이 많을 때와 적을 때를 구분해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당초 탄력근로제는 작년 연말까지 입법을 완료키로 했던 사항이었으나, 시한을 앞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올 3월까지 연장된 상태였다. 이후 어렵사리 합의안이 도출되었지만 최종 경사노위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한 채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사실 경사노위 의제별 합의에 대한 의결은 형식적인 절차의 의미가 있어 법제화에 차질은 없어 보인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경사노위 최종 의결과 관계없이 합의안을 토대로 관련법을 개정할 수 있으나 민주노총 등의 강력한 반발로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작년 7월, 정부의 근로시간단축제 시행이후 줄곧 탄력근로제 확대를 요청해 왔던 터라, 경사노위 합의안에 대한 큰 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확대 기간이 최장 1년이 아닌 6개월에 그친 점과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등으로 합의안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 마지막까지 어려움이 예상되는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건설업계로서는 답답함을 넘어 당장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끝나는 3월 이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정부는 오는 5월부터 탄력근로제 도입 위반 사업장에 대한 현장점검에 돌입한다고 한다. 지난 12일 고용노동부는 오는 5월부터 6월15일까지 자율점검을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으며,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에서 정한 요건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자율점검이 끝나면 곧바로 8월 말까지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며, 탄력근로제 도입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조치 및 그에 따른 형사처벌도 내릴 방침이라고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항상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그만큼 수많은 근로자가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 높은 자살률과 최하위권인 국민행복지수, 열악한 노동 생산성, 산업재해 등의 주요 원인이 돼왔으며, 근로시간 단축제가 실시된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단계별로 2020년을 거쳐 2021년7월1일부터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될 예정에 있다. 동 제도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을 즈음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 열풍이 불면서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동 제도 시행으로 몸살 날 지경이라고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기간은 연장될 수밖에 없고, 공사기간이 연장된 만큼 공사비는 증액될 수밖에 없지만, 증액된 공사비만큼의 필요한 예산마련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합의안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탄력근로제를 운용하고 있는 많은 현장들이 본격적으로 정부가 지도·점검에 나설 경우 크고 작은 어려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획일적인 규정으로 법 위반자가 속출한다면 시스템은 보완되어야 맞다.
근로시간 단축제 추가 유예기간이 끝나간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개악저지라며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건설업계 등은 당초 합의된 최대 활용기간을 선진국 수준인 1년으로 연장해야 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저기 모두가 아우성이다. 문제는 매번 이해 당사자 간 잦은 이슈가 유발되고, 어느 한쪽의 이익만을 쫓는 투쟁일변도의 무분별한 외침은 우리 사회 갈등만을 고조시킬 뿐이다. 이는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일자리 나눔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수많은 일자리가 증발할 수도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최저임금 상향 문제는 많은 논란을 낳았었고, 오히려 서민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필자가 말했듯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알다시피 건설업은 노동집약산업으로 때에 따라선 집중적인 근로가 요구되는 업종이다. 공기부족에 따른 돌관공사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탄력근로제가 필요한 이유다. 선진국의 경우도 적절한 유예기간을 두거나 장기간에 걸쳐 근로시간을 줄였다고 한다. 지금처럼 모든 업종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곤란하다. 업종별로 특성에 맞는 보완책이 나와야만 한다. 얼마 남지 않은 3월 국회에서 대승적인 결단이 이뤄지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