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축세(畜勢)

2019년 04월 24일(수) 18:35

역학(易學)의 궁극적인 의미는 자신의 그릇을 아는 것과 때를 아는 것이다. 그릇이란 타고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천기(天氣)를 아는 것이고 때를 안다는 것이란 운로(運路)의 흐름을 파악해서 나아가고 물러날 때의 현명함을 아는 것이다. 천기를 모르고 운로의 흐름을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 이러한 동양학의 지혜를 활용하려면 병법(兵法)에서 말하는 축세(畜勢)의 지혜를 빌려야한다. 이것은 역량이 쌓일 때까지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이 축세(畜勢)를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상대를 압도할 수 있고 운(運)을 지배할 수 있는 역량을 쌓는 것이며, 이 역량에는 실제적인 힘뿐만 아니라 심리상태, 여론의 동향, 의지와 투지 등이 모두 포함된다.

손자(孫子)는 “천길 높은 계곡에 고인 물이 일단 터뜨려지면 낙차가 거대해서 그 충격은 가늠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고도록 축적된 힘이 일단 발휘되면 얼마나 무서운지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축세는 이렇게 쌓이는 힘을 누적해 주도권을 쟁취하는 방법이다.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면 대세(大勢)적으로는 일을 벌이거나 모험을 삼가야 하고 대인(對人)관계에서는 응당 재능을 숨기고 상대의 경계를 풀어야 한다.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자신의 능력을 감춘 채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이는 병법에서 자주 쓰이는 술수로써 의도적으로 자신의 재능과 생각을 감춰 타인의 주목과 의심을 피하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과 생각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사람은 뜻밖의 문제를 만날 수 있다. 숲에서 가장 높은 나무는 바람에 꺾이기 마련이고, 공로나 명예가 지나치게 높다면 시기와 질투를 받고 윗사람의 경계대상이 되므로 화가 멀지 않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암암리에 힘을 키우면서 알맞은 시기를 택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큰 화(禍)를 면할 수 있고 또 다른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또 지구전을 펼쳐서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인내심이 필요하고 한 걸음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강력한 힘을 충분히 모으지 못했다면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가 뜨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옳고 그름의 변화나 이해의 충돌을 능동적으로 피하면서 암암리에 시기를 기다렸다가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후좌우를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돌진한다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으니, 오직 조용히 변화를 관찰하면서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만이 운로(運路)의 흐름을 타는 지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