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MBC 방화 선동은 ‘편의대’ 소행” [5·18 진실 찾는 사람들](1)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최환준 기자 |
| 2019년 05월 08일(수) 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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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20일. 광주 MBC에 불이 난 것은 언론보도에 분노한 광주시민이 아니라, ‘5·18편의대’의 선동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1977년 전남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현장을 누볐던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전두환이 군중 속에서 분열공작과 교란·선동을 펼치기 위해 ‘5·18편의대’라는 특수공작부대를 운영했다”면서 “광주시민을 ‘폭도’로, 광주를 ‘폭동의 도시’로 만드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가 ‘광주 MBC 방화사건’이라고 들었다. 편의대가 사복을 착용하고 시위현장에 잠입해 각종 모략과 선동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입사 4년차의 열혈기자였던 나 관장은 “20일 오후 3시쯤 금남로 2가에서 취재를 하다가 누군가가 ‘MBC로 가자. 불 질러 버리자’고 외치는 걸 들었다”고 전했다. 광주는 계엄군의 초강경진압에 격분된 상태였고, 방송과 신문사는 언론 통제를 받고 있던 상황.
그는 “한 남성이 방화를 선동하자 큰일나겠다싶어 MBC쪽으로 몰려가는 시위대를 부리나케 뒤쫓아 갔다”며 “불을 내서는 안 된다. 방송사도 광주 재산이다. 군인들이 언론을 검열하고 있어 5·18에 대해 한 줄도 못 쓰고 있다”고 이들을 가로막았다고 회상했다.
그 순간, 시위대 사이에서는 방화를 선동한 청년을 향해 “저거 프락치 아니야” 하며 지목하자 그 청년은 도망쳤고, MBC 맞은편에 있는 전화국 앞에서 붙잡혔다고 한다. 이후 시민들이 상무대(전교사)로 끌고 가 넘겨주자 군인들이 웃음을 지은 것을 미뤄봤을 때 나 관장은 편의대가 시민 속에 침투해 군중을 선동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5월20일 시위대에 섞여 있던 정보요원들이 ‘저놈들은 경상도 놈들이다’, ‘광주 사람 다 죽이러 왔다’는 등 시위대를 선동하는 것이 시민들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나 관장은 MBC 방화사건에 앞서 18일 아침 전남대학교 정문 앞에서도 편의대가 군중을 선동하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트렸다고 강조했다. 그날 아침 9시30분께 7공수여단의 2차 공격으로 학생들이 전남대 정문 앞에서 500m 가량 물러나 있을 때 누군가 불쑥 끼어들어 ‘분수대 영웅’으로 알려진 박관현 전남대 총학생회장이 연행됐다고 부추겼다는 것이다.
나 관장은 “그가 말한 ‘검은 승용차에 실려 정문을 통해 후문 쪽으로 갔는데, 31사단에 감금됐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31사단 연병장에까지 다녀왔다는 것인데 비상계엄이 확대된 상황에서는 31사단을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전 요원과 7공수여단 배속 보안대 요원이 학생들 틈 사이에서 ‘박관현 체포’라는 선동용 유언비어를 퍼트린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유언비어는 먹혀들었다. 나 관장은 “정문 앞에서 7공수여단의 3차 공격이 있은 뒤 학생들이 ‘도청으로 가자’며 금남로로 진출했다”면서 “광주를 ‘폭동의 도시’로 몰아가기 위한 편의대의 수작은 성공했고, 당시 박관현 열사는 1982년 4월5일 약 2년간의 은신 끝에 검거됐다”고 했다.
편의대 활동은 군 기록물에서도 다수 나타난다. 전교사가 작성한 ‘광주소요사태 분석’ 100쪽에는 ‘2군사령관-바둑판식 분할 점령, 과감한 타격, 다수 편의대 운용 등 지시’라고 적혀 있다. 보안사가 발간한 ‘5공화국前史’ 1천677쪽에도 ‘(도청)재진압작전 직전 정보수집 등을 위해 편의대를 투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나 관장은 “편의대 요원은 정보사령부·전교사·505보안부대·20사단·31사단 장교·병사, 3·7·11공수여단 보안대원·심리전 요원, 경찰 정보팀 등으로 광범위하게 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시위대로 위장한 편의대원에 의해 붙잡혔다는 최근의 증언이 실체를 밝힐 중요한 단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39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누구도 편의대의 실체를 속 시원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도대체 광주에서 무슨 일을 한 것인지, 편의대를 정밀 해부하면 장막에 갇힌 광주의 진실이 훤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