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의 이름으로 세상에 고하다]유튜브는 우리를 대화하게 하지 않는다 ‘진실’이라는 가면 속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다 |
| 2019년 05월 22일(수) 1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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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만 해도 ‘마트에서 좋은 고기를 고르는 법’ 따위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배우고, 맛집 정보도 얻는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들은 빠르고 쉽게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재미있기까지 하다. 유튜브 스타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는 사설 학원들도 우후죽순 생겼다.
CEO 수잔은 개인들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지만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는 한 이 기회들은 동영상 조회수와 채널 구독자수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회수와 영상 중간에 나오는 광고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유튜버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만한 영상을 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학원에서는 영상 편집하는 법을 기본으로 해서 컨텐츠를 개발하는 법, 개인 브랜드 컨설팅, 유머 트렌드 분석까지 영상 제작 전반을 코칭해 준다.
결국에는 자신을 브랜딩하고 사람들에게 팔릴 수 있는 영상 상품을 내놓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정말로 개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맞는지는 둘째 치고, 내가 경계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유튜브의 영상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빠르게 결론을 제시해주고 구독자의 고민을 줄여 준다.
고민을 줄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유튜브가 흥행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어떤 사안에 대한 평가는 사안이 작든 크든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다못해 ‘음식이 맛있다, 없다’라는 평가도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다른 음식과 비교해보고, 생각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버들은 먼저 경험해 보고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알려준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직접 경험하는 데 쓰이는 돈, 시간,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영상을 보면서 대리 체험한다. 우리는 이제 동영상을 보고 그들이 좋다는 것만 골라서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공부하지도, 고민하지도 않고서 유튜브에서 리뷰 영상을 보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잘된 것일까? 이러한 판단이 기호와 취향에 관한 것이라면 아주 잘된 일인지 모른다. 효율적으로 나에게 맞는 것을 찾게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논의가 필요한, 이른바 정치적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실의 정치적 문제들은 많은 수가 쉽게 ‘흑’이다, ‘백’이다 판단하기 어려운 회색 지대에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원전 문제에 대해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지만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
심지어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아예 다른 사실을 주장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 사건도, 미래 예측도 객관적인 사실이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건은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개인이 참여한 사건을 기술하는 객관적인 하나의 사실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는 있는가? 이미 일어난 과거도 이러한데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객관적인 사실이 존재할 리는 만무하다.
즉, 정치적 문제는 회색 지대에 있는 하나의 문제를 ‘흑’에 속한다고 판단할지, ‘백’에 속한다고 할지, 아니면 제3의 색이라고 할지를 결정하는 합의라는 것이다.
논의를 통해 사실을 구성하고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그 과정 자체가 정치적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이런 정치적 문제들에 객관적인 사실이 있는 양 사회적 논의 과정의 필요성을 삭제한다. 주장의 근거들은 ‘팩트’라는 이름으로 짧게 요약돼 전달된다.
사실 이것은 인터넷 문화의 특징이며 유튜브도 이를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빠르고 재미있는,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어야 조회수를 높이고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유튜브 특성상 이야기의 맥락은 생략 혹은 삭제된다. 편향된 관점에서 취합된 정보는 객관적 사실처럼 떠돈다.
다른 리뷰가 그렇듯 정치적 문제에 관한 동영상도 고민을 줄여준다.
유튜버가 제시하는 쉽고 명료하게 제시되는 근거들은 고민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 없이도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이것이 객관적인 ‘팩트’라는 믿음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유튜브의 ‘맞춤 동영상’ 기능은 사회적 논의 가능성을 더욱 차단한다. 내가 본 영상을 기반으로 좋아할 만한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통해 나의 유튜브에는 계속해서 비슷한 동영상들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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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정보와 근거, 주장을 하는 동영상들을 보며 고민은 사라지고 어떤 단호한 결의, 믿음은 공고해 진다.
이제 더 이상 논의는 불가능해 진다. 아니, 논의의 장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단호함을 갖고 서로 벽을 높이 쌓는다. 정치적 문제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는 우리 사회의 합의로 이뤄지는 구성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CEO 수잔이 꿈꾸듯이 유튜브를 통해 말하는 개인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상호이해적인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절의 벽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시대에 말은 늘어났지만 정작 경험과 고민의 과정은 줄어들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철학자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이 중단됨으로써 상호주관적 이해의 가능성이 붕괴된다면 자기 이해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쉽게 많은 것을 판단할 수 있게 됐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정작 남도 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