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도시재생으로 지역활로 찾는다](3)근대 도시재생의 발상지 킹스크로스역 과거·현재 공존하는 역세권 재생 롤모델 ‘각광’ 민·관 6년간 353차례 만남 끝에 마스터플랜 완성 공공성·역사성 살린 유럽 대표 교통 플랫폼 우뚝 영국 런던=문철헌 기자

2019년 07월 03일(수) 18:59

지하철 6개 노선과 런던 교외로 나가는 기차가 정차하는 유럽의 교통플랫폼 중심지인 킹스크로스역은 노후화 된 건물을 현대화 건물로 재건축 및 리모델링하면서 역세권 도지새생을 성공시킨 사례로 손꼽힌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영국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킹스크로스역 인근은 근대 도시재생의 발상지 지역으로 국내의 근대문화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광주시 양림동과 목포시의 근대문화역사관 일대의 문화적 플랫폼의 선구자로 말할 수 있다.

킹스크로스역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유럽에서 실시된 가장 거대한 도심 재개발 계획으로 노후화 돼 있던 과거의 물류창고와 공장을 현대화 건물로 재건축 및 리모델링 하고 주민들의 새로운 시설이 조화를 이루면서 유럽의 교통플랫폼인 역세권 재생의 성공적인 모델로 손꼽힌다.

◇유럽 최대 근대 문화재생사업 시도

영국 런던 중심부에서 3㎞ 정도 떨어진 1존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역은 지하철 6개 노선과 런던 교외(뉴캐슬이나 애든러버, 애버든)로 나가는 기차가 정차하는 교통 플랫폼의 중심지다. 몇 년전에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해 젊은 세대들과 현 20·30세대들에게 낯익은 곳으로 유명하다.

킹스크로스역과 지하로 이어지는 ‘세인트 판크라스역’에서는 유럽 대륙으로 향하는 고속철도가 출발한다. 서울 용산역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철도를 타고 국경을 넘어 프랑스 및 유럽 전역으로 갈 수 있는 신개념 교통 플랫폼인 셈이다.

킹스크로스역 주변은 1850년대 산업혁명 당시 유럽의 교통·산업 중심지로 번창했다. 하지만 런던 도심의 개발이 집중화되면서 점점 중심지의 역할을 상실. 제조·물류업을 기반으로 했던 근대 사업들의 쇠퇴로 킹스크로스역과 세인트 판크라스역 사이 상하차 부지(약 25만㎡)는 버려진 땅이 되기도 했다. 또한 그곳은 100여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건물이 노후화 되고 서서히 사람들이 떠나는 빈민촌으로 변했다.

옛것과 새것으로 조화를 이룬 산업시대의 표본으로 불리는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사업은 공공건물들의 공공성과 역사적 가치를 확보해 현재 런던의 중심지역으로서 기능을 해복해 나가고 있다.

이후 런던의 낙후지역으로 심각성이 대두됐고, 1980년에 들어서 도심 재개발사업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곳의 도심 재개발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오랜 기간동안 런던의 주요 공업지역이기에 산업혁명의 찬란한 흔적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발달 과정에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설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럼에도 근대 문화를 기반한 도시재생은 공공건물들은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역사적 가치를 확보해 나갔고 다양한 기능을 수용함으로서 런던의 중심지역으로서 회복해 나가고 있다.

◇노후화된 빈민촌서 ‘핫 플레이스’로

킹스크로스는 2008년부터 순차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런데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는 대신 역사적 건물은 보존하면서 새로 짓는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선택했다. 산업단지를 재생한 포블레노우에는 높은 굴뚝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기도 하면, 물품 상하차장으로 쓰이던 빅토리아 시대의 그래너리 빌딩은 개·보수 이후 영국 최고 예술대학인 런던예술대학교(UAL) 센트럴 세인트 마틴 캠퍼스가 이전해왔다. 또 지상 11층짜리 오피스 건물 ‘랜드스크래퍼’에는 글로벌 기업 ‘구글’의 영국 본사가 입주했다.

세인트 마틴 캠퍼스와 구글 본사는 킹스크로스의 상징이 됐으며 관광객들이 구글 본사앞에서 여러장의 추억과 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루이비통과 유니버설뮤직도 둥지를 틀었다. 킹스크로스는 개발이 끝나면 오피스 50개 동(棟), 주택 2천500여 가구, 광장 10곳, 커뮤니티·레저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1852년 건축된 킹스크로스역 건물의 외벽은 아름다운 벽돌로 이뤄져있는데 19세기의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그 역사적 가치가 크게 평가받고 있다. 그렇게 킹스크로스역의 역세권 재생사업은 순조롭게 마무리 돼 노숙자로 넘쳐나던 빈민촌에서 교통과 문화 그리고 젊음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관관명소로 다시 살아났다.

◇민·관 협업 통해 마스터플랜 완성

킹스크로스는 영국 최대 도시재생 사업일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유럽을 대표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킹스크로스 개발에 대해 “옛것과 새것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산업시대라는 과거와 창의적인 현재의 모습을 동시에 상징한다”고 했다.

런던 중심부의 킹스크로스 역세권의 도시재생은 많은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관심사였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도심 재개발 계획이면서 근대의 문화적 가치를 그대로 살리면서 원주민들의 거주지 보장과 교통의 플랫폼을 새롭게 만들어 선구지였기 때문이다.

킹스크로스역과 지하로 이어지는 ‘세인트 판크라스역’은 서울의 용산역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으로 유럽의 대륙으로 향하는 고속철도가 출발한다.

“그 어느 누구도 이렇게 장기간 진행될 복잡성이 높은 사업에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계획 대신 모든 이해관계자가 재생사업 계획에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인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행할지 원칙과 과정을 제시한다.”

2001년 실시한 도시재생사업 공모에서 부동산 전문 개발사 아전트(Argent)가 이 같은 재생사업의 원칙과 과정을 담은 달랑 한 페이지짜리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런던시가 이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다.

그리고 6년 동안 준비했다. 공청회와 워크숍, 길거리 미팅, 이벤트 등 353회에 걸친 만남에 7천500여명이 참여하는 소통의 과정을 거쳤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6가지 합의 내용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만드는데 합의했다. 또한 이 마스터플랜에는 전체 재생 대상 지역의 80%만을 구체화하고 20%는 남겨뒀는데, 이는 다음세대 몫으로 돌린 것이다. 대부분 대형사업들이 이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놓고 공청회에서 주민들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밟은 사업 추진방식이었다.

킹스크로스 재생 사업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 잘 맞아떨어졌다. 민간시행자인 아전트는 지방 정부와 협상, 마스터플랜 수립, 기업 유치 등 실질적 사업을 담당했다. 지방 정부도 대책 및 방향 수립에 대해 유연했다

지역 재개발을 둘러싼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 주민, 개발업자간의 협상, 대립의 과정은 20년 가까이 진행됐다는 평도 있지만 그러한 소통의 결과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킹스크로스에서는 거의 매일 10여개씩 전시·공연·문화 행사가 개최된다. 그래너리광장의 거대 분수를 비롯한 공원과 볼거리도 다양해 많은 이들의 발걸음 잡는다.

낙후된 옛 도심을 일자리가 넘치고, 청년 창업 거점으로 되살리려는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아직 도시재생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명확한 마스터플랜을 잡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의 사례를 분석해 역사적 가치와 지역의 전통성, 거주민의 생활 편리함까지 생각해 나간다면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우리나라만의 문화적 재생도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런던=문철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