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밀착형 사회운동…공익적 의미 유지 [지방중심 청년일자리 창출 현장을 가다] <상>민관거버넌스형 ‘이탈리아 볼로냐 CADIAI’ |
| 2019년 07월 04일(목) 1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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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볼로냐는 유럽 협동조합의 본산이며 에밀리아 로마냐의 주도이다. 1950년대까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였던 볼로냐가 현재 EU국가 도시들 중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에 포함되게 된 것은 협동조합 덕분이다. 인구 38만명 중 학생이 8만명을 차지하는 대학 도시답게 산 페트로니오 대성당 앞에는 젊음과 낭만이 넘쳐난다.
어떻게 이런 작은 도시에서 카디아이(CADIAI)와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성장하고 협동조합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타임머신을 통해 중세 길드로의 여행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1088년 세계 최초의 대학이 볼로냐에 설립된 연유에서부터 협동조합이 발달한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볼로냐대학은 학생과 교수들이 만든 대학길드로서 프리드리히1세가 자치권을 인정하면서부터 학생이 교수선발과 총장 선임까지 하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후 의학 천문학 수학 등 동일업종에 종사하는 다양한 학자길드가 형성돼 조합들의 협동체인 총조합(Universitas)이 오늘날 대학(University)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오늘날 볼로냐에는 4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민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볼로냐 상위 50개 기업 중에서 15개가 협동조합이다. 볼로냐는 이탈리아 평균 임금의 2배이며 실업률도 전체평균의 절반수준에 달한다니 협동조합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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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DIAI는 1974년 해고된 유치원 교사, 간호사, 간병인 등 여성 27여명이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단체로, 초기에는 노동조합 성격이 강했다. 40년 세월이 지난 2014년 12월말 기준 고용자수가 1천471명 이용자수가 약 3만명에 이르며, 총 매출액은 423만 유로(약 570억)에 이른다. 매출액 가운데 50.5%가 공공기관, 24.8%는 카디아이가 참여한 다른 기업들, 24.5%는 민간 고객(기업과 개인), 0.2%는 기타 활동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지방정부 역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볼로냐시는 지방정부로서의 역할이 무엇일까? 시청사에서 만난 마르코 롬바르도 자문관은 모든 사람이 함께하며 지식시스템으로 경제사회가 연결돼 공공과 민간이 상호협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소외된 사람이 없게 모두의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으로 ‘Together for the job’이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공동협력 프로젝트는 시정부와 교회, 노조와 기업 4자가 협의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며 기업끼리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며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배려하려는 사회통합 정책이다.
볼로냐시는 교육, 행정, 사회서비스 등 모든 것을 대학과 기업이 연계하고 공공과 민간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CADIAI의 카라박(KARABAK)프로젝트이다. CADIAI는 건축협동조합인 치페아(CIPEA)를 비롯해,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한 협동조합인 마누텐굽(MANUTENCOOP), 급식노동자 협동조합인 캄스트(CAMST), 보육 교육전문 사회적 협동조합인 소시에타 돌체(SocietaDolce) 등과 함께 카라박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10여개의 보육원을 직접 건설, 운영하고 있다. 시정부가 부지와 운영비를 부담하고, CADIAI와 소시에타 돌체는 교육과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시는 적은 예산으로 보육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고, 조합원들은 일자리를, 주민들은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민관거버넌스형 사회적경제 모델의 단초가 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광주·전남은 어느 지역보다 사회서비스 수요가 높고 저출산 고령화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CADIAI와 같은 사회적경제 모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구체적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