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계몽정신’ 전파·민족의식 고취 앞장” ‘화산학원’ 100주년 고(故) 조병태 선생 재조명 조선어·한문·주판 교육 인재양성 기여 우리말 노래 ‘호남가’ 작사·작곡해 전파 정겨울 기자

2019년 07월 18일(목) 18:11

고(故) 조병태 선생을 기리는 사은비.

1919년 무안 몽탄면에 설립됐던 사립학교 화산학원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가운데 설립자 고(故) 조병태 선생의 업적이 재조명되고 있어 화제다.

고 조병태(사진) 선생은 1901년 5월9일 무안 몽탄면 화산에서 태어나 1919년 서울 배재학당에서 학업을 마쳤다.

나라가 혼란 속에 위기를 맞이하자 국권회복을 위한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일본제국주의에 항거한 ‘애국계몽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고향인 무안 몽탄면 화산마을로 낙향해 화산학원(1919-1929년)을 설립했다. 이 학교는 당시 유명한 사립학교 ‘창흥의숙’에 이은 근대학교인 민족혼을 이끈 대표 교육장이었다.

그가 배재학당을 졸업할 당시 일본이 그에게 관공서에 취직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고향인 무안군 몽탄면 내리2구 자신의 집에 자그마한 민족혼 교육장의 문을 열었다.

그는 ‘화산학원’에서 대한독립과 자주 등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을 이끈다. 당시는 3·1만세운동이 들불같이 번질 때였다. 당시 공립학교에서 일본어 교육 등을 시킬 때 조병태 선생은 화산학원에서 우리말인 조선어를 가르치고, 한문과 주판을 가르쳤다. 우리말을 통한 민족혼을 일깨우는 조선의 청년이 가야 할 이야기를 담은 우리말 노래 ‘호남가’를 지어 학생들이 부르게 했다.

현재는 그 자취마저 사라졌지만 후학들이 문평중학교(나주시 문평읍 산호리) 입구에 조병태 선생님의 은혜를 기리는 사은비를 세워 뜻을 기리고 있다. 사은비는 조병태 선생의 가르침인 국가에 대한 사랑, 독립운동과 배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자 제자인 염홍섭씨가 주도하여 졸업생과 지역민이 동참해 조성했다.

대한독립과 자주 등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이 포함된 조병태 선생의 호남가는 곧 문제가 됐다. 호남가를 학생들이 부르고 다니자 일제는 즉각 이를 문제 삼았다. 1929년 3월 어느 날 일본 헌병에게 발각돼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조병태가 체포된다. 화산학원 설립 10년 만의 일이었다. 이 노래의 파장으로 인해 1929년에 화산학원은 강제 폐원되고, 조병태 선생은 구금된다.

구금됐던 조병태 선생은 일본 경찰의 회유에 의해 일본회사에 취직하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이에 잠시 조병태 선생은 일본회사에 다닌 척 하다가 곧바로 그 회사를 퇴직하고 고향을 떠나 처가 동네인 나주시 문평면 학동리 신경마을로 이주한다.

이주한 학동리에는 4개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출연한 사립학교 ‘학동학원’이 설립돼 있었고, 여기에서 조병태 선생은 1936년 교사직을 맡는다.

당시 교사는 흙벽돌로 만든 교실 2칸의 초가집이었다. 조병태 선생은 학교 재정이 어려운 학동학원에서 무료로 교사직을 맡는다. 헌신·봉사한 것이다.

당시 학동학원은 수업료를 일절 받지 않았다. 어려운 학생 부모님들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오히려 학교에 오는 학생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였다.

조병태 선생 자신도 가난했지만, 당시 더 가난했던 학생들을 위하는 일에 전념했다. 그러나 1942년 8월22일 함평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의문의 사고(일본 헌병의 총에 사망했다고도 함)로 사망했다.

학동학원에서 조병태 선생에게 2년간 수업을 받았다는 기봉운씨는 “조병태 선생이 세운 화산학원과 그가 이끌어 온 학동학원이 그의 타계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가 세운 화산학원은 올해로 100주년 되는 의미 있는 해”라며 “선생이 이끈 ‘학동학원’과 ‘화산학원’은 조병태 선생이 갑자기 타계해 그 명맥마저도 함께 사라지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설명했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