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과 함께 광주천 해바라기 가꾸기 임철진 |
| 2019년 07월 23일(화) 1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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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바라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 생김새가 태양을 꼭 닮아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어주고 있는 듯해서다. 또한 나를 보며 항상 활짝 웃어주고 있는 듯 보여 해바라기를 바라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어렸을 적 시골 풍경에는 해바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한여름 시골집 담벼락 아래 큰 줄기 끝에 둥그런 얼굴로 하늘을 향해 꿋꿋하게 서있는 해바라기는 아이들의 그늘막이도 되어 주었고, 잎사귀는 우산이 되어주었다. 시골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었던 해바라기는 키다리 아저씨였고, 해바라기씨앗은 참 고소해 아이들의 간식으로도 최고였다.
그래서 나에게 해바라기는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는 꽃이고, 그 당시 같이 보냈던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게 하는 기쁨을 주는 꽃이다.
연초에 나는 광천동장으로서 마을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마을이 재개발이 진행 중에 있어 사업을 추진하거나 투자가 불가하고 사업비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마을 주민총회를 하기위해 각계각층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의견 중에 광주천 둑에 1m 거리로 해바라기를 심자는 의견이 나왔다. 광주천변 도로는 봄철에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벚꽃은 화사하고 아름다운 반면에 딱 10일 정도만 지나면 빨리 지기 때문에 언제나 아쉬움이 남았는데 여름철에 해바라기 꽃밭을 조성해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광주천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해바라기가 피는 7월에는 광주세계수영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이를 성공적으로 개최를 위해서도 광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광주천에 해바라기를 주민들과 함께 가꾸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들과 뜻을 같이 하는 게 중요했다. 각 통장들과 함께 주민 300여명을 만나 의견과 설문을 받고,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어 3월말께 주민총회 때 이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하고 참석 주민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압도적인 주민찬성으로 광주천에 해바라기 꽃밭을 만드는데 동력을 얻었다.
문제는 해바라기밭을 어떻게 조성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이런 사업을 하기위한 경험도 없고 예산도 없었지만 방법을 찾으면 안되는 게 없다 싶어 구청 건설과에 주민들의 뜻을 전달했더니 협조를 받았고 마을 주민들 중에 꽃가꾸기 경험이 많고 책임감이 강한 주민을 책임관리원으로 지정했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4월8일 해바라기밭에 종자를 심었다. 그리고 통장단 및 주민 10여명과 함께 해바라기씨를 호미로 땅을 파서 심는 작업을 한 후, 다음날에는 주민자치위원과 주민들이 밑거름을 줬다. 해바라기씨를 비둘기가 파서 먹어버리지 않도록 돌아가면서 비둘기를 쫓기도 했다.
한 달 가량이 지나자, 마을주민 경로당회원 30여명과 함께 운동기구 주변 띠풀을 제거하고 해바라기 모종을 심었다. 광암교 다리밑의 운동공간의 주변을 해바라기 꽃밭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새롭게 심어진 모종에는 광주천의 물을 떠다 꽃밭에 물을 주는 데도 수작업으로 직접하니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이젠 해바라기들이 잡초의 방해를 받지 않고 클 수 있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풀과의 전쟁이었다. 5월23일부터 6월24일까지는 통장단,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부녀회, 보장협의체, 적십자봉사회, 바르게살기 협의회 등 각 단체별로 돌아가며 새벽에 풀매기 작업을 해주었다. 이렇게 풀매기, 물주기, 모종, 이식, 꽃밭 살피기의 작업을 무려 14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일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나와서 잡초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렇게 주민들의 정성과 사랑을 받고 자란 해바라기들이 이젠 제법 꽃을 피우며 군락을 형성하며 벌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월초에 이곳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주민이 해바라기 키우는 손길’의 제목으로 그간에 노력했던 사진들을 1장의 플래카드에 정리해 주민의 힘으로 가꿔놓은 해바라기밭의 의미를 새겨뒀다. 또한 80개의 해바라기 꽃이 핀 작은 화분을 만들어 ‘해바라기 웃음 꽃피는 광천동’스티커를 붙이고 동네 주요상가에 나눠주었더니 주민들이 활짝 웃으시면 기뻐하신 모습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잇었다.
‘해바라기 사진을 집에 걸어두면 복이 들어오고 돈이 굴러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광주천 광암교에서 광천2교까지의 구간에 해바라기 꽃밭에서 사진 많이 찍으시고 광주천을 많이 사랑해주시길 동장으로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