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5 광주 의거 재조명…의향 자부심 드높여야” 3·15 광주 곡(哭) 민주주의 장송시위 회고 |
| 2019년 08월 25일(일) 1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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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의 사례만 하더라도 일제 때 광주의 11·3항일학생의거, 4·19의거의 기폭제가 된 3·15광주 곡(哭)민주주의 장송시위, 5·18민중항쟁 등을 예거할 수 있다. 반독재 4·19민주혁명은 전국 학생과 일반 국민이 불의에 항거한 의거로서 3·1항일의거와 더불어 우리 헌법의 전문에 명시돼 있다. 즉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기재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4·19의 시원, 내지 기폭제가 됐던 광주의 3·15의거가 광주·전남 시도민의 무관심과 역사학자의 나태(?)로 역사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1960년 3월15일. 자유당이 획책한 부정선거 당일, 광주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이필호)과 민주당 전남도당 간부 및 동당의 민권수호국민총연맹 전남도본부 임원진(장병준 김용환 양병일 김상호 김문옥 심형택 조재규 신오휴 김동호 김동섭 김녹영 이정근)및 민주당 시도의원 당직자 청장년당원(오영수 장충식 조계현 정진후 이준수 김상천 윤민식 김석주 황정삼) 그리고 민주당 측근 대학생 및 고등학생(장길만 임삼 박명서 고종 유태규 염성웅 나종문) 등 200여명이 장송 시위를 주도하고 민주당원과 학생, 전성기 김명덕 신애자 등 시민 1천여명이 동참했다.
3·15부정선거 당일 오전 김녹영 장충식 이정근 정진후 의원 등은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 개시시간 이전에 민주당 참관인이 없는 상태에서 사전 부정투표가 행해진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민주당 전남도당에 보고했다. 도당은 동일 오전 10시께 모든 투표소에서 민주당 참관인의 철수를 명하고 중앙당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김녹영 의원을 앞세워 선거무효를 선언했고 이어 12시30분 장송시위에 돌입했다.
시위대는 상여 때 갖추는 묵최(墨衰) 묵대(墨帶) 묵립(墨笠)의 대용으로 광목과 흰 종이로 흰 모자를 만들어 쓰고 ‘곡민주주의 장송’이라 쓴 만장을 몇 개 만들어 이 의원과 조비서 장충식 의원 김상천 의원이 나누어들고 이 의원의 짚차 또는 화물차에 탑승하거나 도보로, 금남로 5가 민주당 선거사무소에서 도청 앞까지 시위행진을 감행했다.
시위대는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면서 “민주주의는 죽었다” “이승만 정부 물러나라” “부정선거 다시하라”는 등의 구호를 김녹영 의원은 마이크로, 여타 참가자는 육성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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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행진을 개시한 직후부터 경찰이 제지를 시도했고 도청 앞에 이르렀을 때(도청 앞에는 경찰국장 관사가 있었다) 전남 경찰당국은 200여 무장경찰과 소방차를 동원, 목봉과 물대포로 강경진압에 나서 그 과정에서 부녀자(정미란 민난식 신애자)를 포함해 많은 부상자(오영수 조계현 김녹영 장충식 이정근 김상천 김영덕)가 발생했다. 항일독립투사로서 장충식 의원의 큰아버지인 장병준(67) 선생, 항일독립투사로서 야당 지도자로 일관한 김용환(60) 선생을 비롯해 민주당 고령 당원과 시민들도 적극 동참했다.
3·15선거 당시 민주당에는 구파와 신파가 있었고 대통령후보 조병옥 박사는 구파, 부통령후보 장면 박사는 신파였다. 그런데 조 박사가 선거운동 기간 중 발병해 미국 월터리드 육군병원에서 입원가료 중 서거해 자유당의 이승만 박사는 조봉암 후보가 남아있었기는 하나 무난히 당선될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부통령 후보는 1956년 정부통령 선거때 자유당의 이기붕 후보를 누르고 민주당의 장면 후보가 당선된바 있기 때문에 자유당으로서는 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혈안이 돼 있었고 모든 부정선거 음모가 이기붕 부통령 후보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고령으로 언제 서거할지 알 수 없는 일인데 대통령 유고시 장 박사가 대통령직을 계승하는 일은 막아야 됐기 때문이다.
4년 전인 1956년 정부통령 선거때 신익희 대통령 후보도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와 한강 백사장 유세로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으나 호남선 유세열차에서 급서해 이승만 대통령이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런데 1960년 선거에서도 조병옥 박사가 유세기간 중 서거함으로써 똑같은 불상사가 재연된 것이다.
참고로 3·15선거당시 광주·전남지역 민주당 구파의 중진은 장병준 김용환 정성태 의원 등이었고 신파의 중진은 김선태 양병일 이필호 의원 등이었는데 구파의 세력이 다소 우세했다. 구파와 신파의 구분은 사상이나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당원의 출신에 따른 것인데, 한민당 민주국민당 등 정통 야당을 거쳐 온 당원은 구파, 흥사단 등에서 새로이 참여한 당원은 신파로 불리었다. 구파에는 독립투사가 많았고 신파에는 관료출신이 많았다.
김용환 선생은 독립운동 문화운동의 요람인 광주 흥학관의 중심 인물이고 11·3광주학생항일의거의 배후 지도자다. 해방 직후 열분 동지(고광표 장병준 김시중 서우석 양병일 조재규 장병상 홍종휘 김양수 김문평)와 함께 한국민주당 전남도당을 창당한 이래 대한독립촉성국민회, 국민당 전남도당, 민주국민당 전남도당, 국민회 전라남도본부, 민주당 전남도당으로 이어지는 정통야당에서 일관해 도당 부위원장으로서 광주에 상주하면서 일당독재 배격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헌신진력함으로써 반독재 인권투사로 공인돼 4·19 이후 7·29총선때 광주 을구에서 민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3·15부정선거 이전에도 대구와 대전에서 자유당의 부정선거 음모(4할 사전투표, 3인조 9인조 공개투표, 민주당 참관인 축출 등)를 규탄하는 민중시위가 있었으나 3·15부정선거 당일 즉 음모 내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그 시점에서는 전국에서 광주가 맨 먼저 들고 일어섰던 것이니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성정때문이다.
그런데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명백한 의거가 우리나라의 역사책에 전혀 등재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필자는, 약 10년 전부터 공사석에서 광주3·15의거를 역사가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그리하여 광주 4·19의거의 주역(김영용 이병렬 이홍길) 등과 광주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는 인사(이정재) 등에게 역사바로잡기 차원에서 3·15광주의거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그 일에 앞장서줄 것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무렵 금수장호텔에서 4·19관련인사 40여명을 상대로 3·15의거 재조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전국에 4·19단체가 수많이 있지만 광주의 경우 3·15의거가 있었기 때문에 4·19단체의 존재 의미가 더 각별하다는 것, 3·15의거 때문에 광주 의향의 이미지가 더 뚜렷해지게 된다는 것, 후세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위해 3·15기념행사가 필요하고 그 일을 광주의 4·19단체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 광주 3·15의거를 광주 전남의 시도민에게 널리 알리고 역사서적에 올바로 등재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3·15주역들이 타계했으나 생존해 있는 의사들을 찾아내는 일이 의향의 시도민의 책무라는 것 등이 필자의 주장이다.
이정재·김영용 회장의 주선으로 2012년 제1회 광주 3·15의거 기념식이 행해졌으니 3·15부정선거 52년만의 행사다. 이어 2013년 ‘광주3·15의거 및 4·19혁명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광주시 조례’가 제정돼 시 주관으로 기념행사, 역사바로잡기 등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된 것은 만시지탄은 있으나 매우 합당한 조례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9년 7월18일 광주시에서 광주 3·15기념사업회(회장 이정재)에 대해 관계법령에 의거, 공인한 바 있으므로 우리는 의향의 시도민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광주3·15의거 및 4·19의거의 이념 창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올바른 교육과 충의심의 고취를 위해서는 역사가 올바로 기록되고 전수돼야 한다. 3·15의거가 있은 지 50년이 지나도록 그것을 묵과해왔던 우리 광주·전남 시도민 모두는 3·15기념사업회가 추진하고 있는 ‘우리역사 바로잡기’ 차원의 시민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참여 협동함으로써 의향의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드높여야 할 것이다.
2019년 6월15일 발행된 ‘호남 어디가 아픈가요’라는 책자에 저자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이 ‘곡 민주주의 장송데모’(213-215쪽)에 대해 써준 것을 필자는 고맙게 생각하며 그 내용의 일부를 여기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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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광주 금남로에서 민주당이 앞장을 섰고 시민들이 이에 동참해 일어난 역사적 사실 3·15의거에 대해 이 지역 정치인도 잘 모르고 있고 광주시민사회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3·15의거가 처음 시작된 곳이 광주라면 4·19혁명 첫 투쟁지도 광주라는 얘기가 되는데 말이다. 이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의식하지 못하고 교훈도 얻지 못하면 시대와 나라의 중심에 설 수 없다’
올해는 필자의 선친이신 방원 김용환 선생이 서거하신지 50주년이다. 선친에 대한 추모와 명복을 빌면서 이 글을 마친다.
(※위 등장인물은 필자가 직접 아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는 호남 4·19혁명단체총연합회가 간행한 ‘광주 3·15의거 곡민주주의 장송시위’ 책자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