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안…장기 불황…이른 추석 꽉 닫힌 지갑에 명절 분위기 실종 日 마찰·경기침체 장기화 등 악재 겹쳐 소비심리 위축 예년보다 빠른 추석 탓 과일 등 수급차질로 가격 상승 정부 한시적 유류세 인하도 종료…서민들 주름살 깊어 임후성 기자

2019년 09월 02일(월) 19:27

판매 기다리는 추석 과일 추석 명절을 10여일 앞둔 2일 오후 서구 매월동 광주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물동에서 관계자들이 다양한 과일 상자를 옮기고 있다. /김애리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좀처럼 명절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본과의 마찰 등 대외 환경 악화와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유류세 인하도 종료되는 등 경제악재가 겹쳐 추석대목이 실종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예년보다 이른 추석 탓에 과일 등 제수용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어 명절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일 지역 유통업계와 aT 농산물유통정보 등에 따르면 최근 대외적 경제 불안감 증폭과 장기적인 불황 등으로 인해 명절 특수가 사라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경제에 그늘을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에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2017년 1월 이후 2년 7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CCSI는 92.5로 한 달 전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8년)보다 비관적임을 뜻한다. 소비심리 악화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민간소비도 타격을 입게 된다.

여기에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유류세 인하 조처를 지난달말 종료해 이달부터 휘발유·경유 가격도 올라 추석을 앞둔 서민들의 경제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실제 경기가 나빠진 탓에 올해 직장인들이 예상하는 추석 명절 경비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천4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연휴 예상 비용은 평균 35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45만원)보다 10만원(22.2%) 줄어든 것이다.

예년보다 추석이 빨리 찾아오면서 과일 등 제수용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올해 추석은 지난 2014년(9월8일) 이후 가장 빠르다. 추석이 10월이었던 2017년과 비교하면 한 달 남짓 빠른 것이다.

추석 차례상 대표 과일인 배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치솟았다. 제수용품과 선물세트용으로 쓰이는 대과 수급이 어려운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광주 양동시장에서 판매되는 배(10개) 가격은 5만5천원 정도로 지난해(2만5천400원)에 비해 117%, 평년(3만1천133원)에 비해서는 77%나 상승했다.

생선과 밤, 도라지 등 일부 제수용 농축수산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관세청이 추석 연휴 3주 전인 작년 8월27일-9월2일과 올해 8월16-22일의 주요 농축수산물 수입 품목 가격을 비교한 결과 66개 품목 중 28개는 가격이 작년보다 올랐다.

지역 업계 관계자는 “2014년 이후 가장 이른 추석인 데다 대외 환경 불안감과 경기불황,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명절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소비위축으로 추석 특수를 누리지 못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