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예술가들 손끝으로 ‘현대조각’을 말하다 ACC 기획전 ‘공작인’(工作人) 오늘부터 문화창조원 복합 3-4관 서도호·양혜규…국내·외 유명 작가 14명 참여 공예기법에 바탕 둔 조각·설치 작품 ‘한자리에’ 정겨울 기자

2019년 09월 04일(수) 18:45

ACC의 기획전 ‘공작인 :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이 5일부터 문화창조원 복합3-4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인슈전, 팔로마 파르가 바이스, 서도호 작가의 작품 전경.

고대 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동시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하나의 예술품이 탄생하기 위해 창작자의 노동 집약적인 과정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돼 왔다. 특히 공예 분야에 있어 작가가 작업에 들이는 시간과 노동은 작품의 완성도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현대미술은 인간의 ‘손’이 가진 원초적인 기능 보다는 ‘지적 활동’을 우위에 두는 형국으로 변해 오고 있다. 이에 인간 손이 가진 본연의 기능과 기술을 중시하고 ‘도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기획전 ‘공작인(工作人) :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에 참여하는 서도호, 인슈전(중국), 매슈 로네이(미국), 양혜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ACC·아시아문화원(ACI)은 5일부터 기획전 ‘공작인(工作人) :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를 마련한다.

‘공작인’은 ‘도구로서의 인간’을 의미하는 라틴어 ‘호모 파베르’(Homo Faber)에서 착안했으며, 이를 동시대 미술로 풀어내는 전시다.

토마스 슈테 作 ‘정원 요정들’

전시에는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작가 양혜규·서도호 등을 비롯, 미국의 매슈 로네이, 독일의 로스마리 트로켈, 베트남의 부이 콩 칸, 캄보디아의 솝힙 피치 등 저명 작가 14명이 참여해 공예기법에 기반을 둔 현대조각·설치 작품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전시장인 문화창조원 복합3관에 들어서면, 한국을 대표하는 디아스포라 작가이자 ‘집’을 소재로 작품세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서도호 작가의 작품 ‘서울 집/ 서울 집/ 가나자와 집/ 베이징 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푸른 빛 메쉬 원단으로 만든 한옥집이 천정에 매달려있으며, 관람객은 위를 바라보며 이 집의 내부 구조를 관망할 수 있다.

또한 창과 미사일을 닮은 다수의 조형물이 전시장 벽에 내걸려 있는데, 이는 중국 작가이자 2007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인슈전의 작품 ‘무기’다. 사람들이 실제로 입었던 패브릭을 사용해 그가 제작한 작품들은 작품 모서리에 날카로운 칼끝이 실제로 달려 있다. 이는 방송사의 송출탑과 기자들의 펜촉 등 언론 탄압과 정치적 현실, 개인이 느끼는 혼돈과 불안을 담아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매슈 로네이의 색색의 원목 설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로네이는 인간의 육신과 생과 사의 경계 등을 초현실적인 조각 작품으로 선보인다. 원목을 일일이 사포로 깎아내 만든 작업들로 영혼이 빠져나간 인간의 육신을 표현해내고 있다.

벽지(Wall-paper)와 조형물을 함께 선보이는 양혜규 작가의 작품들도 관심을 모은다. 2009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 대표로 단독 전시를 하는 등 대내외적 인지도를 쌓은 양 작가는 2011-2015년 자신이 작업했던 결과물을 담은 벽지와 인조 짚풀을 엮어 만든 신화적인 형태의 수공예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다수의 역사적 이미지들을 민속적이고 주술적인 지점에서 재구성해 이를 ‘순간이동의 장’이라는 제목의 벽지 작업으로 선보이고, 고목나무나 짚풀을 꼬아 만든 설치 작품을 통해 노동 집약적인 미술 활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성원 아시아문화원 전시예술감독은 “어느 순간부터 터부시돼 온 인간 손의 기능, 구체적으로는 공예적 기법 등을 ‘현대조각’의 형태로 풀어내는 전시”라며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4명이 바라보는 공예와 조각에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23일까지 열린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