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도시재생으로 지역활로 찾는다] (6)트렌드 문화 플랫폼 ‘경주 황리단길’ 수학여행 일번지서 감성도시 일번지로… ‘2천년 고도 경주의 부활’ 문화·상업 콘텐츠 활발 도시 정체성 살리는 재개발·관광 프로그램 호응 경북 경주=문철헌 기자

2019년 09월 04일(수) 18:59

2천년 유구한 통일신라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의 대릉원은 천년도 더 넘는 시절에 살았던 옛 사람들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터전이 한데 어울러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천년 통일신라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는 최근 신라시대의 고유의 한옥 감성과 트렌드 문화가 뒤섞여 크고 작은 예쁜 상가들이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 수학여행의 일번지에서 감성도시 일번지로 거듭난 셈이다.

무엇보다 여러 상권에 발달된 프랜차이즈성 상권이 아닌 경주 관내의 원주민들이 직접 개인브랜드를 개발, 독자적인 상가를 운영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 크다. 거대 자본의 힘이 아닌 주민주도형 문화적 트렌드 상업플랫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경주 황리단길’을 살펴본다.

◇문화재보호법·도시재생 맞서 난항

경주의 황오동과 황리단길은 과거 통일신라 시대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신시가지가 조성되기 전 경주의 핵심 시가지로 오밀조밀한 상가와 근린주거지가 형성돼 있어 경주의 근현대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소분할 상권 및 문화재를 기반으로 한 문화레저사업들이 발달하면서 원도심이 쇠락하고 황오동과 황리단길의 슬럼화가 진행됐다. 황리단길의 경우 신라시대의 한옥 감성과 레트로 문화가 콜라보돼 감성 상권으로 자리잡았지만 황오동의 경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의 쇠락으로 재개발이 시급한 구역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알다시피 경주의 경우 토지의 60%가 국가의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보호법과 재개발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가 어려운 실정.

국가 도시재생사업과 지자체의 재개발 사이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경우 우선 개발지역이 아니므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최근 경북도 내 8곳이 도시재생 뉴딜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경주 황오동 일원은 중심시가형 도시재생을 펼칠 수 있는 쾌거를 이뤄냈다. 사업명은 ‘2천년 고도 경주의 부활’로 황리단길과의 윈윈이 기대된다. 의욕이 과해 지나친 사업을 진행할시 경주가 가진 멋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경주만의 정체성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재생사업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도시재생의 마스터플랜이 중요하다.

황오동 원심의 근린생활 재개발과 더불어 경주 관광산업의 핵심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서로 상생하며 개발 지역에 적합한 테마를 정해 품격이 넘치는 경주로 거듭나기에 분주하다.

황리단길 카페(사진 위)와 주택가 벽화.

◇타도시 낮보다 아름다운 경주의 밤

야행 문화가 발달한 경주는 다른 도시의 낮보다 밤이 더욱 아름답다. 낮에는 신라의 찬란한 역사와 한옥 건축의 기품을 맞이함과 동시에 전국 최고의 감성센터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황리단길을 거닐면서 SNS에서 극찬한 맛집과 카페를 탐방, 이른바 국내휴가형 수학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한 국내여행객들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소셜에서 인기를 타고 있는 경주의 여러 맛집과 카페들이 흥행하고 있다. 그중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곳곳이 즐비할 뿐 아니라, 멋과 맛까지 겸비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이 경주로 향하고 있다.

맛이야 레시피대로 따라하면 되겠지만 유구한 경주 고유의 멋은 어떻게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할 수가 없다.

경주의 야행은 ‘문화재 밤을 잉태하다’, ‘경주 교촌 달빛 story 답사’ 등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진행되며, 해설사와 관람객으로 구성된 야행 프로그램은 경주의 문화재와 세월에 얽힌 설화로 역사적 지식까지 고취시킬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야행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부분의 참여객들은 경주시민들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들이 그 특징이다. 최근 교통시설이 발달함에 따라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잠시 들렸다 가는 거처형 관광이 주를 이루면서 낮에는 사람이 많고 저녁엔 사람이 없게 되는 인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경주의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하루이상 머물다 가는 여행이다. 숙박상권과 상업상권이 골고루 잘 발달돼 있어 경주 시민들이 타 도시로 떠나가지 않고 원주민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밤에 절경인 동궁과월지 안압지와 경주 향교 대성전, 월정교지, 최부자댁 등의 관광지는 낮보다 밤에 수십배의 관광객들이 몰려와 그 인기를 절로 실감나게 한다.

안압지의 경우 야간 반경 사진과 커플들의 포토존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평일 야간에만 무려 3-4천여명이 입장, 주말에는 5천여명까지 방문하면서 지자체의 효자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미 야간 경주에 매료된 관광객들은 “우리가 보낸 경주의 밤은 타 도시의 낮보다 아름답다”며 야경을 극찬하고 있다.

안압지와 첨성대(사진 아래)의 야경.

◇투게더(문화와상업) 경주

경주는 현재 문화와 상업이 공존하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구(50-70)시대와 신(10-30)시대의 시대적 간극을 줄이고 신라시대의 문화적 미와 황리단길의 감성적 미를 살려 침체화 돼 있는 경주 시내의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화상업이 발달함과 동시에 그 경주 지차체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경주 지자체 역시 민관이 협업해 진행할 수 있는 최대 효과를 방안으로 지역특화 청년창업 거점센터를 마련,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문화장터 및 미래상권을 추가 조성해 원주민들이 이탈하지 않고 이주민들이 와서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는 생활 여건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해외의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점을 극대화해 글로벌 커뮤니티 센터 설립, 경주의 세계화를 도모하는 전략과 골든시티 마켓, 어울림 공연장, 등 글로벌 협력 콘텐츠를 갖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발돋움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반면, 전통시장의 활성화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경주 상업지구의 빈 점포를 활용해 공유장터 및 상인 간 갈등 해소, 공동체 회복을 위한 화합장터 등 경주 전통과 관련된 특화상품 개발을 통해 경주와 전통을 이어간다. 이와 함께 주변 문화유산과 연계한 맞춤형 투어프로그램을 개발해 타 문화도시의 관광에도 이바지 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한때 황리단길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의 사각지대에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렸지만 지자체의 상생협업을 통해 어느정도 완화된 상태며, 황리단기 붐 초기. 무분별하게 개발됐던 상권의 경우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고 기존의 모습을 보전하면서 진행하자는 상인들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모범적인 문화상업 골목의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문화 유행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시대의 요구에 맞춰 어떻게 지역의 특성을 살릴지가 관건인 문화적 도시재생의 경우 어느 것이 맞고 틀린지를 가늠하긴 어렵다. 바람직한 도시재생은 개발도시의 원본미를 각본해서는 안되며 기존 문화와 새로운 문화의 재창출에 따른 가치문화를 재발견해 온고지신해야 우리의 문화를 보존함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다. /경북 경주=문철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