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치시대, 마을로부터 시작하자 임우진 |
| 2019년 09월 08일(일) 1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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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협치의 시대’라고 한다. 지역의 중요한 문제를 행정만이 아닌 여러 관련 주체들의 협의체에서 또는 무작위로 선정된 주민집단의 숙의를 거쳐 결정하는 숙의 민주주의가 보편화되고 있다. 또한 마을에서는 주민자치회 등이 ‘마을만들기’에서 역할을 확대해 가고 있고, 각 자치단체들은 ‘협치조례’ 제정, ‘협치위원회’ 구성,‘협치 선포식’과‘협치활성화계획’ 수립 등 지역문제를 협치적으로 풀어보려는 노력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의 이런 노력들, 즉 지역사회 문제를 지방정부 행정에만 맡기지 않고 주민 또는 다양한 주체들과 협치적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사회문제가 그만큼 복잡 다양해져서 행정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에 기반한 여러 주체들의 신뢰기반의 협력적 네트워크가 더욱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민의 자치의식과 역량의 성숙은 공동체의 문제해결에 함께 참여하여 고민해 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는 점에서, 많은 지자체들이 협치문화를 활성화시켜 지역발전과 자치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協治(협치)라는 용어는 행정학에서 종래의 관료체제를 대신해서 복잡다양해진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고자하는 새로운 정부, 좋은 정부, 행정의 의미로 사용되는 거버넌스(Governance) 또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의미할 만큼 넓고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의 도도한 흐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지역과 자치발전의 계기로 삼기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가 ‘협치적 마을 만들기’로 주민자치를 적극 육성하는 일이다.
협치는 마을에서부터 시군구, 시도 등 어느 차원에서나 모두 가능하다. 그 중 우선적으로 ‘마을에서의 협치’가 뿌리내려야 한다. 마을은 가장 작고도 가까운 생활공동체이고 주민자치 현장이다. 또한 행정과 주민 모두가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이미 협력의 경험도 있기 때문에 협치가 어렵지 않게 될 수 있는 여건이다.
마을단위에서의 협치 노력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핵심적인 마을활동인 주민자치, 마을만들기, 공동체육성은 행정과 주민, 단체들과의 협치를 통해서 더욱 촉진되고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점진적인 협력체계의 변화를 통해서 주민자치의식과 역량을 훈련하고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 마을은 마을만들기와 협치적 활동으로 주민자치와 공동체육성의 최고의 학습장이 되어야 한다.
둘째로 행정이 먼저 변화하여 협치환경을 조성해야한다.
협치의 시대라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주민이 행정과정에 부분적으로 참여해온 것과 달리, 주민이 직접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문제해결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협치가 잘 이루어지려면 당사자인 행정이나 참여하는 주민, 단체 모두가 크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먼저 주민들은 대의민주제 아래서처럼 모든 것은 정부와 행정의 책임이고 알아서 해줄 것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성숙된 자세가 아니다. 주민들도 행정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역할과 권한에 부응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협치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그동안 주도적 역할을 해온 행정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정부와 행정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주도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민선자치를 실시한지 25년이 되었지만 행정은 오랜 집권문화와 관주도적 발전으로 아직도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행정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행정의 독점적 권한을 주민, 단체 등과 함께 나누려는 협치문화로 혁신이 선행되지 않으면, 행정 주도적 문화는 바뀌지 않고 주민은 형식적인 참여수준을 넘어서기 어렵게 되어 이름뿐인 협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협치문화는 지역사회의 문제해결과 자치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재로서 작용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우리 지역사회가 협치적 환경으로 혁신되고, 협치를 통한 주민자치와 마을만들기로부터 시작하여 자치역량이 크게 성숙하고, 나아가 민주의 성지답게 수준 높은 생활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자랑스러운 자치공동체를 꿈꾸며, 그러한 노력에 헌신하는 일선 지도자, 활동가, 공무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