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민족 대이동, 모세의 기적을! 김종률·광주 서부소방서 소방행정과장

2019년 09월 08일(일) 18:09

추석은 한 해 동안 고생해서 걷은 햇곡식으로 조상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가족 및 친지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각종 민속놀이를 즐기고 못다한 담소를 나누며 정을 돈독히 하는 날이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은 추석명절에는 고향을 찾아 나서는 귀성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만큼 추석명절 연휴 때는 이동하는 차량도 급격히 많이 늘어난다.

하지만 사람들의 많은 이동으로 각종 대형사고, 특히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 골든타임 내에 소방차와 구급차의 현장도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인명·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골든타임이란 화재 및 재난현장 등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최초 5분간의 시간을 의미한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이 큰 대형화재로 확대돼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구급활동의 경우 심정지 환자의 생명소생률을 높이고 심각한 뇌손상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기에 골든타임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귀성길에 조금이나마 일찍 고향에 도착하기 위해 소방차 구급차의 출동에 양보운전을 하지 않는가 하며 주차공간이 아닌 곳에 어지럽게 주차하는 얌체족으로 인해 도로가 정체돼 소방차 출동로 확보 및 골든타임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과 소방기본법에 긴급자동차나 소방자동차의 우선 통행을 명시하고 소방기본법에서 과태료를 직접 부과하는 개정 법률이 지난해 6월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소방차 앞에 끼어들거나 가로막는 행위나 소방차에 진로를 양보하지 않는 행위, 그 밖에 소방차 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은 차종과 횟수에 상관없이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돼 처분토록 규정돼 있다.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와 언론보도 등 다양한 언론홍보활동으로 국민 의식이 많이 변했지만 대다수의 시민은 이런 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알고 있더라도 어떻게 양보를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경우가 있다.

긴급차량의 양보 방법은 다음과 같다. 교차로 부근에 있을 경우에는 교차로를 피해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정지하며 일방통행로의 경우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정지해야 한다. 또한, 편도 1차선 도로의 경우 우측 가장자리로 최대한 진로를 양보해 운전 또는 일시정지하고 편도 2차선 도로의 경우에는 긴급차량은 1차선으로 진행, 일반차량은 2차선으로 양보 운전하면 된다.

아울러, 편도 3차선 이상의 도로일 경우에는 긴급차량은 2차선으로 진행하고 일반차량은 1·3차선으로 양보 운전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횡단보도의 경우 긴급차량이 보인다면 보행자는 재빨리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지 말고 잠시 멈추면 된다.

언론에서 가끔씩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며 긴급차량의 통행이 원활하게 이뤄져 응급환자가 극적으로 소생하는 미담이 보도되고 있으나, 이제는 종종 발생하는 미담이 아니라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당연시돼야 하는 일상이자 문화여야 한다.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추석명절이다. 사고의 당사자가 우리네 가족이자 친지라 생각하고 귀성객 차량으로 정체된 도로에서 출동중인 소방차·구급차에 양보운전해 저 멀리서 들리는 싸이렌 소리가 누군가의 간절한 외침이 아닌 구원의 소리가 돼야 할 것이다.

추석명절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긴급자동차가 보이면 양보운전을 실천해 나의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모세의 기적’이 전국에서 일어나는 한가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률·광주 서부소방서 소방행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