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화를 다시 생각한다 최형천 |
| 2019년 09월 09일(월) 1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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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뉴스다. 무역분쟁이 국내뿐만 아니라 지구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일간 무역분쟁뿐만 아니라 미중간 싸움도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엇보다는 각국의 입장이 남의 사정을 봐줄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이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였지만 경제적으로 부진을 면치못하였고 급기야 국민적 불만과 불안이 고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즘 정권이 득세를 하고 있다. 극히 선동적인 각국의 지도자들은 세계문제를 타협과 협상을 통해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는커녕 서로 감정을 자극하여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의 모델이었다. 즉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국이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자유무역협정도 체결하며 세계화의 룰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웃 일본, 중국과 국제분업을 통하여 세계 교역량을 증가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GDP도 3만불을 넘어선 세계화의 옥동자였다. 이렇다보니 갑자기 자유무역에 장벽을 치는 무역상대국의 배신에 대한 충격은 실로 엄청나다. 그 반증이 ‘노 아베’로 대표되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이다. 우선 코앞에 닥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제 세계무역의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힘의 논리가 새로운 룰이 되었고 정치가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우선 과도한 무역의존도를 개선하고 내수를 병행 발전시켜 외부요인의 충격을 점차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명목 국민총소득(GNI)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대외의존도가 80%를 넘어 섰다. 이는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외부충격에 취약함을 보여준다. 우리 산업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강력한 자립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교역에 있어서 특정 국가, 특정 상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이미 경험하다시피 위험하기 짝이 없다. 미국, 일본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조정해야 하며, 수출품에 있어서도 반도체 의존도를 줄여야만 우리 경제가 외부공격으로부터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금년도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화4.0을 주제로 열렸다. 세계화3.0은 선진국의 제조 지식과 개도국의 제조 기능이 국제적 분업을 통하여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체제였다. 이에 반해 세계화4.0은 4차산업혁명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기반의 글로벌 자율공급망으로 발전하는 세계화라고 WEF는 전망했다. 하지만 상품교역이 아닌 정보, 자본, 사람의 이동이란 점에서 현재의 세계화와 너무 다른 개념이며, 더욱이 각 국가간 이해의 차이로 원만하게 합의에 도달할지는 미지수이다. 현재로선 세계화4.0이 세계교역을 다시 살릴 수 있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경제적 풍요만을 준 것이 아니라 문제도 많았다. 대기업 의존 심화, 소득 불평등, 일자리 정체가 그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다국적기업에게는 시장을 더 확장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열렸지만 이로 인해 국가경제는 대기업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특히 수출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무한경쟁은 인건비 인하, 비정규직 양산, 공장의 해외이전, 공장자동화 등으로 수출과 생산이 늘어나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성장의 혜택이 대기업과 부유층에게만 주어져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죠지프 스티글리츠가 지적하듯 소득불평등과 불균형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다. 이제 세계화의 공과를 되돌아보면서 세계화의 방향을 새롭게 점검하고 세계화가 배태한 문제들을 개선하는계기로 삼아야 한다. 자본주의는 그대로 두면 승자독식으로 달리는 야생마와 같다는 것을 세계화는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새로운 세계화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인간이 행복한 세계화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