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백도 윤수자 시

2019년 10월 21일(월) 18:54

오후의 햇살은
은어 떼같이 파도 위에 춤추고
지평선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섬

마천루처럼 떠 있는 기암괴석
숭숭 뚫린 서른아홉 개
새들의 아파트

뭉턱뭉턱 쎈 구름 몇 송이
그리운 이름을 부르며 뛰어 가고
물갈퀴 훑고 지나간 자리에
첫눈처럼 쏟아지는 무지개

파도가 친다
사바에서 죄 지으며 살았다고
내게 매를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든다
뜨겁다 백도*
*백도 :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의 무인도

<해설> 백도는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아름다운 섬이다. 수평선에 떠오른 섬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아침 찬란한 햇살에 흰 백옥의 모습으로, 해거름 노을로 물든 섬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약력> 동양문학 등단(1990), 광주문인협회, 광주시인협회 이사, 저서 ‘봄 물소리 높이 굽이치고 있을 때’, ‘내일은 맑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