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등산사업 좌초 위기, 광주시 행정력 시험대

2019년 11월 03일(일) 17:51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사업 추진이 이르면 이번 주 결판이 난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진건설이 최근 광주시의 이행보증금 일시 납부 요구에 조건부 지급의향서를 냈다. 그러나 광주시는 업체 측이 요구한 상가시설 선(先) 분양 등이 시민 편익을 위한 공공성보다는 사업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쉽게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낼지 주목된다.

서진건설은 이행보증금의 분합 납부 의사를 고집하는 입장에서 한발 후퇴하는 대신 상가시설 선 분양과 토지 선 매각,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율 임의 조정을 조건부로 내걸었다. 이 업체는 사업 협약체결과 동시에 10일 이내에 총사업비의 10%(480억원)를 이행보증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서진건설은 이를 받아들일 테니 수익성 보장을 더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광주시는 올해 1월 협약 체결을 앞두고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한 호반건설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모 과정에서 사업비의 10%를 이행보증금으로 내도록 했다. 업체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 빼는 수순을 밟지 못하게 해놓은 장치다. 하지만 이들 두고 줄다리기를 해오던 서진건설은 이행보증금 납부 방안 제출 시한인 지난달 말 새로운 조건을 내걸고 ‘공’을 광주시 측에 넘겼다.

어등산관광단지 사업은 약 41만7천㎡ 부지에 5천643억원을 투자해 휴양문화시설(트로피컬돔, 갤러리파크, 스포츠센터, 영화관, 파크골프장 등)과 숙박시설(5성급 특급호텔 160실, 레지던스 314실), 대규모 이벤트 광장 등을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사업은 사업자 공모를 세 차례 추진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13년째 표류하고 있다. 광주시의 행정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광주시는 그동안 레지던스 건립과 분양이 가능하게 하고, 상가시설의 부지 건폐율을 30%에서 80%로 완화하며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을 개선시켰음에도 업체의 ‘입맛’을 끌어당기지 못해 사업이 터덕댔다. 광주시는 시민들을 위한 공공성이냐 사업자의 수익성이냐를 놓고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전자를 우선시할 경우 사업이 또 무산될 위기에 처하고, 후자를 더 고려할 경우 시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광주시에게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