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의 지역사회 책무 최형천 |
| 2019년 11월 03일(일) 17: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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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애플, 아마존, 월마트, 펩시, GM 등 미국의 유수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주주가치가 기업이 추구하는 모든 목적이어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주주자본주의의 퇴행을 선언했다.
이어서 기업 대표들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고 행동할 때 단지 주주들의 이윤 창출만을 추구하지 않고 종업원과 고객,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기로 했다”고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스스로 밝혔다. 주주자본주의의 주창자라 할 수 있는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1962년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오로지 이윤 증대에 있다’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논리화했고 지난 50여년간 기업과 시장은 이를 신봉해 왔다.
특히 자본주의 세계는 지난 20년 동안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오로지 기업의 극대 이윤과 단기적 이익 추구만을 경영의 지상목표로 내달렸다. 하지만 세계경제를 충격에 빠트린 금융위기, 속절없이 추락하는 저성장, 극단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겪으면서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의 해법으로 ‘지속가능한 부와 공정한 번영, 포용적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밝힌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금융도 예외일 수 없다. 그간 금융회사도 주주자본주의에 충실해 주주의 수익추구가 최우선의 경영목표였다. 물론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IMF금융위기 이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자구 노력이 요구되었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수익우선의 경영은 가진 자 중심으로 금융이 편중되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는 금융을 이용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신용등급이라는 지표로 금융소비자를 임의적으로 등급을 매겨 이자를 차등화하고 금융회사 간 나눠 먹기식의 카르텔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금융의 실상이다. 금융은 정부로부터 특별하게 허가받은 특허사업으로 아무나 하도 싶어도 하지 못하는 진입장벽이 강고한 산업이다.
이렇게 정부의 울타리로 보호된 금융회사들이 룰을 정해 카르텔을 형성하면 이 룰에서 배제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는 금융회사를 통해 돈을 빌려 쓸 수 없다.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공공시설이라 할 수 있는 공원에 어떤 사람이 출입이 금지된다면 그 사람은 국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대한민국에서 허가된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이라 할 수 있을까? 금융도 이제는 이해관계자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적 금융회사로 거듭나야한다.
우선 금융에서 소외된 금융소비자를 최소화하고 금리차등제도도 점차 그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자본을 구할 수 있어야만 발전의 대열에 낄 수가 있다. 지금 가진 것으로 평가하여 조달금액이 결정된다면 가진 자에게만 절대 유리하고 빈부격차는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금융의 이런 관행이 우리 사회가 격차사회로 전락하는데 일조하였다는 질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은 출발선에서부터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금융은 공공제적 성격을 가진 자원으로 오로지 경제적 기준으로만 배분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이제부터라도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적 관심이 절실하며 그것이 격차를 줄여가는 방책이다. 다음으로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책임이다. 경제개발의 시작과 함께 우리사회는 그간 비약적 성장을 이루었고, 이와 더불어 금융회사도 놀랄만한 자산 규모로 성장하였다. 이제 지역은 성장도 주춤하고 갈수록 쇠락하는 기미가 보인다. 지역이 쇠퇴하면 중앙에서 내려온 금융회사는 철수하면 그만이지만 지역 금융회사는 함께 살아남거나 아니면 운명을 같이하여야 한다. 그간 성장의 혜택을 보아온 금융회사들이 이제는 지역의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과 금융회사가 함께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지역 광주은행의 포용금융센터 기공은 주목할 만한 정책적 결단이다. 광주은행의 포용금융센터는 지역 내 자영업자·서민을 대상으로 자금지원, 채무조정 상담, 경영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원스톱 종합상담센터로 금융 취약계층에게 고금리대출 대환이나 부채관리 서비스 등의 금융지원을 하고,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캠코 등 금융취약계층 지원기관과 연계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한다.
광주은행의 이런 행보는 금융 취약계층과 서민을 위한 포용금융이 은행의 책무임을 깨닫고, 지역 서민경제의 발전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은행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지역·금융회사의 상생발전 모델이 될 것이다. 지역의 대표은행인 광주은행 포용금융센터가 당초의 취지대로 운영돼 금융이 서민경제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한국적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금융에는 힘이 있다. 다만 아직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