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법 제22조 개정이 필요하다 김병도 |
| 2019년 11월 03일(일) 17:51 |
|
행정과 사법은 입법에 종속된다. 결국 입법부인 국회가 최종 의사결정단위가 되는 셈이다. 국회는 우리나라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자치분권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만큼은 그저 그렇다. 왜 그런가? 사실 중앙단위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있기에 그럴 수 있다. 국회는 중앙단위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결국 국회가 변해야 한다. 국회가 자치분권실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자치분권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국회는 남은 임기동안이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실효성 있는 자치법규를 제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2018년 대통령이 제출한 헌법개정안이 이미 폐기되었다. 여기에서 헌법 개정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면 현실성이 가장 큰 다음 선택은 무엇인가? 당장에 실현가능한 수단은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을 좀 더 진보시킬 수 있는가?
현행 지방자치법 제22조(조례)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로 명시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자치입법을 완전 봉쇄하고 있다. 그래서 지방자치법 제22조를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로 개정하여 0.1㎜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조례제정 범위를 ‘법령의 범위내’를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치입법권이 실질적으로 확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행규정의 표현만 바꾸고 내용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75조와 제95조가 존재하는 한 ‘법령의 범위내’와 ‘법률의 범위내’는 거의 동일한 표현이다. 그리고 ‘법령의 범위내’와 ‘법률(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 또한 유사표현이다. 게다가 단서로 권리제한 등 법률유보가 존치하는 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표현의 차이를 넘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제22조가 개정되어야 한다. 자치법규 개정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기대한다면 자치법규로써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 부과, 벌칙 부과를 할 수 있게 근거를 마련하거나 그 폭을 넓혀줬으면 한다.
1987년 10월29일 개정된 현행 헌법을 토대로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직선으로 선출하면서 비로소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약3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역특성에 기초한 다양한 정책이 발굴되고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사무 범위나 사업 양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의 통제는 강력하고 지방의 자치권은 미약하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역시 헌법 개정을 통한 자치입법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헌법 개정이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먼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것인가. 시대적 요구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국민과 시대적 요청에 국회는 응답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악평을 넘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남아있다. 바로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중앙과 지방이 공존공생하고 상생발전하는 길을 여는 것이다. 바로 자치분권의 길을 펼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