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공동체의 디딤돌, 주민 주도로 이웃분쟁 해결 김순옥 |
| 2019년 11월 04일(월) 17: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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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끝나는 정현종의 짧은 시는 지친 자신을 추스르고 고난한 상대방을 도닥일 때 무심한 척 톡으로 날려 보내는 애송시다. 너른 바다에 떠있는 섬은 긴 항해의 휴식처이듯 사람사이의 섬은 너와 나, 우리를 잇는 매개체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된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사람과 사람간의 단절, 사람과 자연과의 단절, 사람과 지역사회와의 단절은 물론 각종 사회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현대의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도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분쟁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대사회가 급변화되어 산업화, 고도화, 전문화 될수록 사회적 갈등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사회적 갈등은 물리적 공간의 문제이기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행복한 지역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간의 신뢰회복, 관계의 일상화, 연대의 생활화가 핵심이다.
이에 민선 7기 광주시는 오랫동안 진행해 온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에서 처음 시작한 주민주도의 분쟁해결프로그램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자치구와 수차례 협업회의를 통해 전면적으로 제도, 조직, 추진체계 등을 재정비하고 있다.
마을분쟁해결센터의 설치근거를 자치법규에 명시하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주민주도의 분쟁해결시스템 추진체계 재정비를 통해 마을분쟁해결센터를 시범단계에서 5개 자치구별로 거점화하여 마을단위로 확산되고 있는 소통방과 연계, 자치구별 특성에 맞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청소년 화해놀이터’ 사업을 통해 날로 증가하는 학교폭력을 마을주민과 학교가 함께 풀어가고,도심 공동주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층간소음, 주차문제 등 생활분쟁내용을 상대편 문고리 ‘소통지’란 메모지에 적어 이웃 간 관계를 회복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지속 발굴한다.
생활갈등은 우리 삶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직접 나서면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고 폭행사건으로 커져 고소고발, 법원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갈등을 모두 법적으로 해결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이웃 간의 감정이 파괴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에 우리시는 2015년 9월부터 광주지방법원, 법률전문가단체, 전남대법학전문대학원, 광주남구 등과 협력하여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를 시범 운영했다. 올 7월까지 층간소음·흡연, 생활누수, 주차문제 등 1,142건의 분쟁상담을 접수해 약 85%의 화해성사라는 성과를 냈다.
분쟁해결프로그램은 다변화 사회라는 시대흐름에 맞춰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한 미국, 1990년대의 영국, 싱가포르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현재 확고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서울, 경기, 충북 등 전국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우리 광주는 민주·인권·평화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나눔과 광주정신이라는 유리한 자산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과의 관계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을분쟁해결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었다.
주민들이 주도하여 참여하는 창의적 분쟁해결은 공동체를 회복시킨다. 도시 내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만들어지기 정말로 쉽지 않지만 일단 끈끈한 유대가 형성되고 나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어떤 외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울타리가 된다.
소통방, 마을분쟁해결센터가 소통의 거점이 되어 공동체 구성원의 안전이 담보되고 주민과 가장 가까운 삶의 현장인 마을을 지탱해주는 단단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한 전국 선도 모델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