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의 차 이야기 (18)차와 명상 손으로 전해지는 찻잔의 온기 쌀쌀한 마음 은은하게 데운다 가은다례원 원장

2019년 12월 12일(목) 19:30

/삽화=담헌 전명옥

‘샐리의 법칙’은 1989년에 제작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여주인공 샐리에게서 시작됐다.

샐리의 법칙은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꼬이기만 해 되는 일이 없을 때 쓰는 머피의 법칙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샐리에게는 계속 좋지 않은 일만 일어나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모든 일이 매듭지어진다.

샐리의 법칙은 일이 우연히도 자기가 바라는 대로 수월하게 진행되는 경우에 사용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일이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더니 자신의 상황을 알기라도 하듯이 상대방은 자신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경우다.

또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시험 직전에 급하게 펼쳐 본 부분에서 시험 문제가 거의 출제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차를 시작하고부터 이런 일들은 자주 경험하곤 한다. 직관이 발달되는 것이다.

차를 시작하면 저절로 명상이 된다. 인도인들이 지혜의 눈이라고 부르는 제3의 눈이 발달한다.

명상은 뇌의 해독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나 자신을 내려놓고 과거에 연연해하지도 않고 미래는 그냥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오직 현재만 존재하는 곳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명상을 하면 내 마음과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가 있다.

그럼으로 인해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집중력을 기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명상을 하면 신체적인 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차를 마시면서 하는 명상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기, 음악을 듣거나 한 곳을 응시하는 것, 또 온전히 알아채기 등이다.

그 중에서도 차를 준비하고 향과 맛을 음미하는 동안에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내면 소리에 집중하는 방법이 가장 통상적인 명상법이다.

명상은 어찌 보면 추상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차’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하다보면 곧 자신만의 방법을 갖게 된다.

좋아하는 차를 선택하든 날마다 다른 차를 선택하든 상관없다.

자신에게 정성스럽게 우린 차 한 잔을 우려서 대접하는 것이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은 편안하게 특별한 규칙이 있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하는 차 명상하는 방법과 순서는 대략 이렇다.

먼저 찻잔에 차를 따르고 허리를 쭉 편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고 부드럽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두 번 한다.

찻잔을 들어서 두 손으로 감싸 쥔 후 가장 편안한 위치에 잔의 자리를 정하면 된다.

그런 후에 눈을 살짝 감고 잔을 잠깐 바라본다. 손 안에 있는 찻잔의 따뜻함과 형태나 무게 질감들을 음미한다.

잔에 마음이 집중되면 부드럽게 호흡한다. 그리고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기를 한다.

잔을 들어서 입술 가까이에 가져간다. 입술에 잔이 닿는 느낌이나 풍겨오는 향기를 음미한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온몸에 차향기가 가득하도록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다시 한번 차를 마시고 숨을 내쉬고 뱉는다.

찻잔을 내려놓고 차 향기가 내 몸에서 일어나서 몸 전체를 감싼다고 상상한다. 또 마음과 몸을 차 향기가 정화시킨다고 생각한다.

맑은 차 향기로 마음이 늘 평안하고 나를 둘러 싼 모든 사람들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 잠시 기도한다.

사실 차를 마시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기를 고를 때 적당한 온도로 물을 끓이고 알맞은 비율로 찻잎과 우려낼 물을 맞출 때, 우려나길 기다릴 때, 우려진 차를 음미하며 마실 때 우리는 저절로 명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가은다례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