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수교 30주년 러시아는 변신중] (2)한전공대 롤모델 ‘스콜텍’ 신기술 양산 통해 기업투자 이끌어내는 ‘창업 공장’ 미래 유망 혁신센터 운영…대학원생 프로젝트 활용 사업화 체제 구축 MIT공대 커리큘럼 제공·외국인 교수 문호 개방·기업 50% 투자 지원 2022년 개교 한전공대에도 전세계 인재 유치 성공 노하우 등 전수키로 모스크바=임채만 기자

2019년 12월 16일(월) 19:21

모스크바주 오디쵸브스키 행정구 스콜코보 지구내 위치한 스콜텍은 연구 및 기술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11년 10월 모스크바 물리기술원, 롬스크폴리테크닉대학, 모스크바경영대학원 등 러시아 기관 및 단체 협력으로 대학원을 설립했다.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이 제시하는 각종 프로젝트를 해결하면서 재원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이는 전 세계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들을 끌어모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사진은 스콜텍 전경.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KPF 디플로마 [러시아전문가] 과정 참여 후 제작됐습니다.

스콜코보 내 스콜텍(Skoltech·연구특화대학) 캠퍼스에는 활기가 넘친다. 미래 유망 산업의 신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이 전세계 인재들을 이 곳으로 유도한다.

스콜텍 운영방식은 독특하다. 대학생이 없고 학과도 없다. 대학원생의 주활동무대인 혁신센터는 철저한 성과중심이다.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낸다. 기존 대학 교과목으로는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할 수 없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전 세계시장에서 통할 커리큘럼을 운영중이다.

모스크바주 오디쵸브스키 행정구 스콜코보 지구내 위치한 스콜텍은 연구 및 기술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11년 10월 모스크바 물리기술원, 롬스크폴리테크닉대학, 모스크바경영대학원 등 10월 러시아 기관 및 단체 협력으로 대학원을 설립했다. 당시 운영 노하우가 부족해 미국 MIT공대의 도움을 받았다. 2011년 이후 MIT 공대와 초기 커리큘럼을 제공받고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등 다년간 협력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스콜텍은 2012년 에너지 과학 및 정보과학 기술분야의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20명의 석사 학위 교육을 시작했다.

현재 연구중심 과학기술 대학으로 연구·교육·혁신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176개 프로젝트를 수행, 11억 루블(205억원)의 연구펀드를 조성했다.

오는 2022년까지 확정된 연구투자액은 20억 루블(370억원)에 달한다.

캠퍼스 20만㎡ 부지에 대학원생 977명, 교수 129명이 신기술 양산에 매진하고 있다. 교육분야도 세계 우수대학과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 생명과학, 생물의약, 엔지니어링, 에너지 효율, 양자기술, 뇌과학 등 10개 교육분야를 통해 연구, 사업화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창조적이고 흥미로운 교육과정이 첨단기술분야 젊은 인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대학원생들은 8주 교육 과정 중 1주간 응용학습 기간을 두고 융복합·소통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대학총장은 MIT공대 항공우주구조분야 박사출신인 에드워드 에프 클라우리 총장이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MIT항공 우주학 부서 책임자로서 NASA 공공 서비스상, 엔지니어링교육혁신 부문 2011년 버나드 고든상을 수상하는 등 첨단과학기술분야 최고 권위자다.

에드워드 총장은 미국의 선진사례를 스콜텍에 접목, 러시아 과학기술혁신분야에서 ‘제2의 도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스콜텍은 개교 후 6년간 2천 개의 논문을 배출했으며, 이는 네이처지 기준 러시아 대학 3위에 해당된다. 교원 1인당 연간 SCI급 논문 0.5개(MIT 1.6개, KAIST 0.5개, 난양공대 0.3개)다.

스콜텍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기업투자를 바로 유도할 수 있는 스콜코보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외국인 교수 문호개방, 기업 50%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스콜텍은 캠퍼스 20만㎡ 부지에 대학원생 977명, 교수 129명이 신기술 양산에 매진하고 있다. 교육분야도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 생명과학, 생물의약, 엔지니어링, 에너지 효율, 양자기술, 뇌과학 등 10개로 미래 유망산업에 집약돼 있다. 사진은 대학원생들이 스콜텍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스콜텍과 기존 대학과의 또다른 차별점은 정부 예산만 갖다 활용하는 것과 달리 스콜텍은 50%는 산업과 기업 등 외부 투자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이 특히 바이오메디슨(의료) 쪽에서도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그리고 스콜텍은 MIT뿐 아니라 독일, 대만, 이스라엘 등에 있는 다른 대학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스콜텍은 오는 2022년 나주에 둥지를 트는 한전공대의 롤모델이다. 한전공대 설립을 주도하는 한전과 전남도는 스콜텍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전공대는 국내 최대 에너지공기업인 한전이 지원하는 에너지특화기술대학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 요람이 될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설립에 대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20년 하반기 캠퍼스 건축 허가 및 착공 절차가 진행된다. 2021년 6월 교육부로부터 대학설립 인가를 받고, 그해 12월 캠퍼스를 준공하는 계획을 세웠다.

한전공대는 나주시 빛가람동 일원 120만㎡(대학 40만㎡, 연구소 클러스터 80만㎡)에서 조성된다.

1천명(대학원 600, 학부 400)의 과학기술분야 인재들이 미래 먹거리 개척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한전공대 설립을 지원하는 범정부지원위원회는 지난 7월 설립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정부재정지원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최소 지자체 수준 지원, 법적근거 마련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 특별법 제정 추진, 국가대형 연구시설·산학연 클러스터는 정부·지자체·한전 공동 개발 운영 등 내용을 담았다.

스콜텍은 지난 2014년 한전에 동북아 슈퍼그리드(국가간 전력망 연계/루트 : 러시아-중국-북한-한국-일본) 연계방안 공동연구를 제안함으로써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9월 스콜텍을 방문해 에너지시스템 센터 체험 등 선진기술을 몸소 체험하고 한전공대에 접목하기 위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스콜텍의 사례에서 비춰볼 때, 한전공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와 교수진 유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특화 강소대학을 추구하는 한전공대가 호남에 불필요한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일부의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한 대학이 아닌 글로벌 대학·연구기관·기업이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에너지 특화클러스터로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국내외 문호개방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한전공대가 문호개방, 외부투자, 무한경쟁 등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스콜텍을 벤치마킹해 국내 최고의 에너지특화대학으로 거듭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로젝트·스타트업·외부 투자 ‘성공 3요소’”

니콜라이 스콜텍 부대표

대학내 혁신센터 미래유망산업 10개 부문 교육
100% 영어 교육…해외 연구자·교수 섭외 수월

“스콜텍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원생들이 운영하는 혁신센터가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신기술을 양산하고 활발한 스타트업, 외부 투자가 잘 어울러진 덕분이다.”

니콜라이 스콜텍 부대표는 “스콜텍은 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그들이 원하는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고 경쟁력 유지 비결을 밝혔다.

스콜텍은 지난 2011년 MIT와 손잡고 설립됐다. 900명 이상이 석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들 중 20%가 외국학생이다. 이 곳에서는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기술 경영도 중시하고 있다.

니콜라이 부대표는 모스크바에도 많은 대학이 있음에도 스콜텍을 조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존 대학은 교양과목과 경영 등 전통과목들을 주로 가르치다보니 졸업생이 만든 스타트업이 사업화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콜텍 설립당시 첫 3년 간 총장으로 MIT교수가 맡았다. MIT 경우 스타트업 공장이라 할 정도로 재학생, 졸업생이 스타트업을 많이 해 성공률이 높다”면서 “무엇보다 MIT는 산업과 매우 밀접하게 협력해 투자를 받아내는 능력을 확인할 수 있어 그런 사례가 없는 러시아에 접목하는 계기가 됐다”고 MIT 시스템 수혈 배경을 말했다.

MIT는 교직원, 신입생을 유치하고 새로운 교육 및 혁신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 스콜텍에 큰 도움을 줬다. 또 혁신 워크샵 및 번역 연구 등 여러 가지 모범 사례를 스콜텍에 이전했다.

이런 점을 벤치마킹한 스콜텍은 교육과 연구, 산업파트너 관리와 같은 종합적 부분을 더 커버할 수 있는 혁신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스콜텍은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 생명과학, 생물의약, 엔지니어링, 에너지 효율, 양자기술 등 9개 부문 교육과정에다가 최근 뇌과학 분야가 추가돼 총 10개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분야의 공통점은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전도유망한 부문이라는 점이다.

또 첨단과학기술 분야 최강국인 러시아가 인재 육성을 통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호탄을 쏘고 있다.

니콜라이 부대표는 “스콜텍 운영시스템은 대학내 학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혁신센터에서 부문별로 교육이 진행된다”면서 “학문을 가르친다기 보다 프로젝트 단위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모든 교육은 영어로 진행되는 만큼 해외 연구자들이나 교수들을 섭외할 수 있고, 스콜텍에 참여하는 사람 중 20%가 외국인이다”고 교육시스템 운영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 클래식한 대학 교육 과정으로는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과감한 개혁에 나선 것이다.

스콜텍의 교수진과 재원조달은 문호개방을 통한 공개채용, 기업이 원하는 해결책 제시를 통한 투자 유치 등을 꼽을 수 있다.

니콜라이 부대표는 “설립 후 교수진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MIT 교수진이나 러시아계 동포 중에서 우수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를 초빙해 교수진을 꾸렸다”면서 “이들 중 50% 정도는 러시인이나 러시아계고 나머지 50%는 외국인이다”고 말했다.

삼성이 모스크바에 AI센터를 설립했는데, 센터 연구진에는 스콜텍 교수 2명이 포함돼 있다. AI센터장은 스콜텍 출신 램피츠키 교수가 맡고 있다.

재원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산업이 스콜텍에 특정 과제를 제안하고 스콜텍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계약이 많다. 상당수 재원은 이런 계약에서 충당하고 있다. 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화웨이나 필립스도 스콜텍에서 기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간다”고 밝혔다.

올해 스콜텍 입학 경쟁률이 러시아 학생들은 35대 1, 외국인은 100대 1을 보였다. 네이처지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젊은 100대 대학에도 포함됐다.

세계적인 인재 유치 비결에 대해서는 “인재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센터 커리큘럼을 보고, 인재를 보고 몰리게 되는데 다양한 시설에 대한 접근성, 대학과 교류, 스콜코보가 갖춘 에코시스템이 인재를 끌어들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9월 전남지사가 방문해 한전공대 협력과 관련한 MOU 서명식이 있었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스콜텍 노하우 전수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원생들으로 운영되는 스콜텍은 학부제 운영에 대해 고민중이다.

니콜라이 부대표는 “학부제 운영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조만간 운영 도입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