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진상조사위 과제 토론회] “발포명령자·양민학살·헬기사격…꼭 밝혀내자” /정리=최환준 기자 |
| 2019년 12월 19일(목)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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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18진상규명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5·18진상규명조사특별위원회의 출범 의의와 과제를 심도 있게 진단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진상조사위 활동은 1980년 당시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광주학살만행의 발포명령자, 성폭력, 헬기 사격, 계엄군 사망자의 현충원 안장 경과 등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광주매일신문은 19일 오후 2시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편집자주
◇참석자
●주제발표=나의갑 전 5·18기록관장
●사회=박상원 광주매일신문 상무이사
●토론=좌장 :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부사장 ▲안길정 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주제발표 : 나의갑 전 5·18기록관장 ‘5·18진상조사위원회 출범 의의와 그 과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5·18진상규명특별법을 근거로 설립되는 국가 독립기구다. 따라서 진상조사위는 법의 강한 보장과 옹호를 받으며 자유롭게 활동에 임하게 된다.
39년 동안 비밀의 창고에 갇혀 있는 ‘5·18 진실’을 캐낼 진상조사위의 출범 의의를 살피기 전에, 특별법을 만드는데 각별한 공을 들인 사람들의 흔적부터 추적해 나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특별법은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 광주시(5·18기록관 포함), 특별법 시행령 제정 지원모임인 ‘광주위원회’, 5·18 3단체(5·18기념재단 포함), 오월여성어머니회, 오월민주여성회,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의 합작품이었다.
진상조사, 쉬운 일이 아니다. 벌써 39년 전의 일이다. 기억도 흐릿해졌을 것이고, 세상을 떠난 이들도 적지 않다.
방점을 찍어 밝혀두건대, 진상조사를 성공으로 이끌어 내려면 그 과제가 무엇인지부터 꼼꼼하게 가려내 체계적으로 정리, 그게 요구되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주지시키는 사전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무엇을, 어떻게, 잘해야 할 것인가가 과제다.
첫 번째 파트는 진상규명의 ‘몸통’에 해당하는데도 지금껏 개척되지 않은 미답의 땅으로 남아 있는 전두환과 그의 보안사(505보안부대 포함)의 5·18 관련 행적, 편의대 투입, 유언비어 생산자 및 유포자 등이다. 이 ‘쓰리 톱(Tree Top)’은 특별법의 ‘진상규명의 범위’에도 들어 있지 않다. 그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아 빠져버린 것이다.
두 번째 파트는 ‘의혹’이 워낙 커 ‘쟁점’이 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발포 명령자, 지휘체계 이원화, 무기탈취 고의 방치, 행방불명자-암매장-사망자 수 등이다.
세 번째 파트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양민학살(집단학살지),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가혹행위, 광주교도소 습격 등 조작의혹사건, 대검·중화기·화염방사기·수류탄 사용, 군 기록 등 조작 등이다
네 번째 파트는 5%가 부족한 헬기사격, 전투기 출격 대기 등이다.
다섯 번째 파트는 아예 진상조사 품목에 오르지도 못한 광주기획설(김대중내란음모조작 포함), 20사단·7공수여단의 광주 잔류, 간첩조작 등이다.
여섯 번째 파트는 자유한국당의 압박을 받아 끼어 넣은 ‘북한군 개입’이다.
가해자 쪽 증인의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돼 불참하거나 결정적 증언을 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할 것이므로 ‘책임자 처벌’ 얘기를 함부로 꺼내지 말고 진상조사의 목적이 ‘진실을 밝혀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부드럽게 감싸 안아라.
수사기관의 관행적 수사기법이나 취조기법으로는 조사관이 바라는 답을 구할 수 없다. 자신만의 세련된 질문방식 등 조사기법을 터득해 상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엉겁결에 고백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질문구성은 팩트에 따라 각각 다르겠지만, 상대가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할 만큼 체계적·논리적이되, 명랑하게 구성해야 한다 함은 일반적 원칙이다.
이제 다시는 진상조사의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5·18이 대한민국의 역사 위에 반듯하게 설 수 있는 진상조사가 되길 소망한다.
“헬기사격 조사 군문서 검토해야”
안길정 전 국방부 5·18특조위 조사관
헬기사격 조사는 군문서의 전반적인 검토 위에 실행돼야 한다. 우선 1995-1997년 수사 및 재판기록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1995년 검찰수사결과 헬기사격 등 6개 의문사항이 조사대상이 됐지만, 조종사 및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형식적이었다.
2018년 국방부 헬기사격조사위원회에선 광주에 출동한 헬기부대의 명단은 알아냈으나, 이들 부대의 일자별 위치, 작전내용을 규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전일빌딩 10층의 탄흔이 UH-1H에 설치된 M60기관총에 의해 생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0사단 충정작전상보’에는 무장헬기 4대가 출동했고, 보안사기록 14권 ‘광주소요사태관련철’의 작전상황(27-2보)에는 3여단이 오전 4시55분에 무장헬기를 지원 요청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자료 등을 통해 61항공단 휘하 UH-1H 헬기부대의 5월27일 아침 작전활동 내용과 헬기위치를 규명해야 하며, 31항공여단 휘하 501, 502, 506대대 헬기의 위치 또한 밝혀져야 한다.
조사기간 3년은 묵은 문제의 무게로 보아 너무도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미궁에 빠질 위험이 있는 난제 처리방향과 사회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특별법에 규정된 조사과제 6개항에 대해서는 가해자에 대해 기소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사를 끌어가야하며, 진실규명 못지않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사기법이 뛰어난 법률가들의 영입·자문과 함께 헬기사격의 경우, 출동한 헬기부대의 조종사가 특정되고, 더 많은 피해자를 찾아내는데 조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진상보고서 작성을”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밝혀야 할 대목은 당시 사법부가 소홀히 했던 광주시민이 겪었던 피해(생명, 재산 손실 등)를 명확히 밝히고, 그 피해를 입혔던 가해자를 특정하는 일이다.
5·18 당시 소위 양민학살이라고 지칭되는 계엄군에 의한 주남마을이나 송암동 살해사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명령자에 대한 규명도 그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이런 사건들은 명백하게 국가를 이용한 내란세력들의 형사 범죄다.
1997년 대법원은 1심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책임을 묻지 않는 흠결을 남겼다. 국가의 권리침해만을 문제삼았지, 국민의 인권침해는 문제삼지 않았던 결과다. 사법부의 이러한 모호한 입장 때문에 지금까지 5·18 왜곡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성폭행사건을 비롯해 해남 등 전남지역에서 벌어진 학살사건 등 5·18당시 사건의 진상규명도 필요하다.
특히 여기에는 5·18 이후 왜곡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지만원 등 극우집단의 의도적인 5·18 뒤집기 시도, 유튜브 등을 통한 왜곡행위도 반드시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다 이들 세력의 모략에 의해 각종 침해를 받은 사건들도 대상이 돼야 한다.
이런 진상규명 과정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과 광주시민들을 포함한 전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또 역사적 진실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진상보고서’ 작성이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군 자료·관계자 ‘투 트랙’ 조사 필요”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은 사실 발견적 조사를 통해 1980년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진실규명에 머무르지 않고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국민적 공감으로 연결시켜 그동안 폄훼와 왜곡에 시달려온 5월 당사자들을 비롯한 광주전남 시·도민들에 대한 역사적 의무의 과정이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진행됐던 5·18 진상규명의 성과와 한계를 면밀하게 분석해 효과적인 조사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 진상조사는 ‘군 자료 조사’와 ‘군 관계자 조사’를 병행하는 투 트랙으로 전개해야 한다.
군 자료 조사는 군 자료 발굴과 검증작업으로 구분해 진행하고, 관계자 조사는 군 관계자와 목격자 및 피해자로 구분, 조사대상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군 관계자 조사는 군 자료에서 확인이 어려운 군 작전의 전개과정과 특정 사건에 연관된 부대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 5·18 진상조사는 군 자료에 누락된 각 부대별, 일자별 출동 및 작전 현황을 파악해 5·18당시 군 작전의 전모를 파악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조사 과정이다.
군 관계자 조사는 1995년 검찰 조사과정에서, 목격·피해자에 대한 조사는 민간영역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들 자료에 대한 색인조사를 통해 기초 현황을 파악한 이후 핵심관계자를 특정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조사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국보위 광주사태 보고서는 다른 군 기록물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5·18주요 사건의 쟁점 및 인식 변화를 분석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정리=최환준 기자
/정리=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