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마당극 형식에 무술·곡예까지…미디어아트와 환상적인 만남 ACC 융복합 콘텐츠 ‘무사(MUSA)-불멸의 영웅들’ 리뷰 외줄타기·소고춤·마샬아츠 등 화려한 볼거리 선사 예술극장 극장1 가변형 무대·세트 완벽 활용 압권 주제 전달력·스토리 연결지점 수정·보완 과제로 정겨울 기자

2019년 12월 22일(일) 19:42

지난 20-21일 3회 공연이 전석 매진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ACC 융복합 콘텐츠 ‘무사(MUSA)-불멸의 영웅들’. /ACC 제공

공연장에 들어서니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U자형 커브 무대’가 눈길을 끈다. 무대 위에는 미디어아트가 만든 다채로운 빛이 시연되고, 반원통형의 무대를 기점으로 관객들은 양쪽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있다. 한국 전통 마당극의 핵심인 남사당패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농악, 원판돌리기, 상모춤 등 화려한 볼거리가 무대에 펼쳐지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21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열린 ‘무사(MUSA)-불멸의 영웅들’의 공연에 대한 설명이다.

‘무사’는 ACC가 2년여 전부터 킬러콘텐츠 개발 목적으로 마련한 블록버스터급 융복합 공연 작품이다. 지난 4월 ‘렉스(REX)-불멸의 힘’이란 제목으로 쇼케이스를 거쳐 무대기술 시연공연에서 호평 받은 바 있으며, 20-21일 3회 공연이 전석 매진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무사’는 고대 한반도를 배경으로 인간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대’ 무리와 이를 저지해 평화를 지켜내려는 ‘천둥이’ 일행의 저승을 넘나드는 액션 판타지극이다. 주요 인물은 ‘박씨부인전’을 소재로 개발했다. 고전소설 속 ‘박씨’는 여성 영웅인 ‘천둥이’로 재탄생한다. 이외에도 이시백, 부간, 박처사·천지왕 등 아시아의 신화 속 캐릭터를 복원함으로써 영웅들을 탄생시켰다.

캐릭터의 특성을 형상화한 의상을 차려입은 등장인물들은 미디어아트가 시연되는 커브형 무대에서 한국 전통 무예와 곡예, 아크로바틱, 플라잉 와이어 등 역동적인 몸짓과 연기를 펼쳤다. 천장에 매달린 끈 하나에 의지하며 연기하는 배우, 쇠봉을 타는 배우 등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도록 했다.

특히 예술극장 극장1의 자랑인 가변형 무대의 장점을 완벽하게 살린 무대가 압권이다. 폭 50m에 깊이 9.6m의 무대 곳곳이 자유롭게 열리고 닫히며, 선과 악을 상징하는 여러 배우의 등장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줬다.

또한 U자형 무대 양쪽에 관객을 앉혀, 객석과 무대가 가까운 현대판 마당극의 형식을 취한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시·청각적 환상체험을 가능케 했다.

지난 4월 쇼케이스로 선보인 ‘렉스(REX)-불멸의 힘’ 이후 공연명을 변경해 선보인 ‘무사’의 시범 공연인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다.

다양한 볼거리와 영웅 캐릭터들을 선보이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주제에 대한 명확한 전달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사’ 공연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비슷한 관점에서, 대사 없이 이뤄지는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인 만큼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장점이 있지만, 서사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단점 또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경아 총연출은 “‘무사’는 아시아와 세계 각국 시장에 맞춰 다양한 공연 포맷으로의 변화가 무궁무진하다”며 “첫 공연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앞으로 더 많은 수정·보완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