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드나무 백번 꺾여도 새 가지 또 올라오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53) |
| 2020년 01월 28일(화) 1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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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 신흠
오동은 천년 늙어도 그 곡조 간직하고
매화나무 한 평생에 향기를 팔지 않네
천 백번 이지러져도 그 성질은 간직하네.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동천년로항장곡 매일생한불매향
月到天虧餘本質 柳經百別又新枝
월도천휴여본질 류경백별우신지
이 한 구절 시(詩)가 우리 역사의 앞장을 섰던 분들의 깊은 좌우명이 됐는가 하면, 생활이 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퇴계 이황 같은 이는 이 시를 책상에 붙여놓고 명문의 반열에 놓고 좌우명으로 삼았으며, 한 때 국부로 불렸던 백범 김구 선생의 생활 철학으로 자리 잡기도 했던 명시이자 명문으로 알려진다.
‘오동나무는 천년 늙어도 항상 그 곡조 간직하고, 매화는 평생 추운 겨울 꽃을 피우나 향기를 팔지 않는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버드나무 백번 꺾여도 새 가지가 또 올라온다’(野言)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삼도순변사 신립을 따라 조령전투에 참가했다. 곧 도체찰사 정철의 종사관으로도 활약했으며, 이러저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평으로 승진됐다. 1593년 이조좌랑에 체직하며 지제교, 승문원교감을 겸대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오동나무는 천년 늙어도 항상 그 곡조 간직하고 / 매화는 평생 추운 겨울 꽃 피우나 향기 팔지 않네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래 성질 남아있고 / 버드나무 백번 꺾여도 새 가지가 또 올라온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野言:책명 / 매화는 향을 팔지 않네]로 번역된다. 이 시는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자기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표현하면서 아무리 힘들게 살아도 지조를 잃지 않는 강한 고결함을 노래했다.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매화는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잠들어 있는 추운 겨울날 꽃을 피운다. 꽃말은 고결·인내·충실 그리고 맑은 마음이라고 한단다.
시인은 첫 구에서 오동나무와 매화를 대비하고 있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 평생 추운 겨울에도 꽃을 피우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곧은 자기 성품과도 대비해 보는 시상을 만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다시 화자는 달과 버드나무라는 시적인 상관물을 대비하는 시적인 여운을 남긴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래의 성질이 남아있으며,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이어도 또 새로운 가지가 올라온다는 강렬한 의지를 밝힌다.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잘 나타낸 시문이다. 퇴계 이황도 이 문구를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시의 3-4구는 백범 김구 선생이 마지막으로 쓴 유묵으로 알려진 명언이기도 하다.
※한자와 어구
桐: 오동나무. 千年老: 천년을 늙다. 恒藏曲: 항상 그 곡조를 감추다. 梅: 매화. 一生寒: 일생이 차다. 不賣香: 향기를 팔지 않는다. // 月: 달. 到天虧: 천 번 이지러짐에 이르다. 餘本質: 본질은 남음이 있다. 柳: 버드나무. 經百別: 꺾이다. 又新枝: 또한 새로운 가지가 나오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