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시인 평설 몇 마디

2020년 02월 11일(화) 17:42

새해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다. 한해가 시작되면 모래주머니에 구멍을 낸 것처럼 세월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만 같다. 문학은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처럼 계절감 또한 으뜸 소재다.

김석문 시인의 ‘2월’은 “풋내기 처녀들이/조급히 강을 건너는 달”이라는 표현에 이 시의 창작의도가 숨 쉬고 있다. 얼음 풀린 강가에 나가 물오른 버들가지로 버들피리 만들던 일은 성급한 봄맞이가 아닐 수 없었다.

박래흥 시인의 ‘참나무’는 ‘참나무’, ‘참사람’, ‘참말’ 등에서 보듯 ‘진짜’, ‘최고’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펑펑 눈이 내리는 날 참나무 장작으로 아랫목을 덥히면서 쇠죽 쑤고 밤 굽던 일은 감감 짚어지는 일급 추억이다.

이성자 시인의 ‘좀의 변신’은 ‘좀벌레’, ‘책벌레’에서 보듯 ‘좀’의 부정적 의미가 ‘면학’의 의미로 치환되는 역설을 노래한다. 책장을 갉아먹는 얄미운 좀벌레에서 어쩌면 우리 인간도 ‘낱말’도 ‘긴 문장’도 먹고 핥는 또 다른 좀벌레일지 모른다는 뉘앙스에 다다른다.

오덕렬 작가의 ‘와 보랑께 박물관’은 맛깔 나는 사투리가 눈길을 끈다. 이름부터가 별스러운 이 박물관은 강진 병영에서 민속생활용품 3천여점과 전국 최초로 사투리를 전시하여 대단한 볼거리로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착안한 묘미 만점의 사투리 사용으로 작품의 맛을 더하면서 이 작가의 사투리 구사는 가히 일품이라는 표현이 제격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