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봉준호

2020년 02월 12일(수) 18:19

용(龍)은 12지지(地支) 가운데 유일하게 현실에서 볼 수 없고 꿈이나 상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다. 새는 하늘에서 날아다닐 뿐 물속에서는 살 수 없고, 물고기는 물속에서만 살 수 있을 뿐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러 문헌이나 작품에 등장하는 용은 물속에서 하늘까지 활동무대가 넓다.

하늘에 날아올라 조화를 부리는 용을 비룡(飛龍)이라 한다. 용이 날면 구름이 일고 구름이 일면 비가 내린다는 것은 오래도록 전해온 이야기다.

동양(東洋)의 용은 서양(西洋)의 드래곤과 달리 오랜 시간 도(道)를 닦은 축생이나 인간이 도(道)를 얻어 탈각(脫却)승천해 천지(天地)조화(造化)를 다스린다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

용은 승천할 때 자신의 도력을 하나의 구술에 모아 이것을 물게 되는데 이를 ‘여의주’(如意珠)라고 한다. 여의주는 하늘의 뜻을 담은 구술이라는 의미로 이 결정체를 이루지 못하면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된다는 전설도 있다.

12지지 중에 여의주라고 표현될 수 있는 물상(物像)은 12지지의 열 번째 자리인 유(酉) 즉, 닭이다. 유금(酉金)은 땅속의 보석, 바위, 돌, 여의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닭은 봉황이라고도 불린다. 봉황은 기린, 거북, 용과 함께 사령(四靈)의 하나로 여겼다.

봉황은 온갖 서조(瑞鳥·상서로운 새)와 영수(靈獸·상서로운 짐승)의 특징을 부위별로 결합시킨 전설속의 새이다. 사실상 봉황은 중국, 일본, 한국에서 모두 성군(聖君)과 현인(賢人)을 의미했고, 주로 용(龍)과 함께 군왕의 상징으로 형상화됐다.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장도 봉황이다.

이처럼 용과 봉황은 상서로우면서도 신비스런 동물이다. 그래서 사주에 용과 봉황을 육합(六合)이라고 해 서로 잘 맞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는 금(金)의 기운으로 화(化)한다.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은 1969년 양력9월14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닭의 년도에 닭의 달에 용날에 태어났다. 특히 그가 태어난 날은 임진(壬辰)일주(日柱)다. 임(壬)은 큰 물을 상징한다. 물을 만난 용이 봉황 두 마리와 함께 태어난 것이다. 올해가 경자년(庚子年)큰 물의 해이고 놀랍게도 52세 때 대운(大運)이 바뀌었는데 정화(丁火)운(運)의 시작이다. 정화(丁火)는 말 그대로 꺼지지 않는 불꽃을 상징한다. 용이 물을 만나 승천하면서 입에서 불을 뿜는 격이 되는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이 역학적으로 볼 때는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