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피곤하면?’ 갑상선기능 항진증 의심 체중 감소·안병증 등 증상 갑상선 커지기도 재발률 50% 정기적 검사 조기 진단 필수적 정리=오승지 기자

2020년 02월 18일(화) 19:19

김진화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갑상선’은 목 앞에 가장 돌출된 물렁뼈, 흔히 목젖 이라고 불리는 갑상선 연골 아래에 나비모양으로 위치한다.

갑상선에서 생산·분비되는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속도를 조절한다. 신체의 모든 대사를 관장하므로 정상 범위 내에서 유지돼야 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갑상선에도 여러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증상에 따른 판단이 모호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전문의의 진단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호르몬 과다 생산…대사속도 증가

갑상선에 질환이 생기면 갑상선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초래될 수 있고, 호르몬이 과다하게 생산되는 경우를 ‘갑상선기능 항진증’ 이라고 한다.

갑상선기능 항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갑상선에 대한 자가면역항체에 의해 발생되는 그레이브스병이다. 그 외에도 드물지만, 갑상선을 관장하는 기관인 뇌하수체의 질환으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갑상선호르몬 자극호르몬이 증가돼 갑상선 호르몬 생산이 증가될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이 많아지면 덥고,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여름에 어려움을 느낀다. 대사속도를 증가시켜, 심장을 빨리 뛰게 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기도 한다. 또 체력소모가 심해 쉽게 피곤해지고, 위장관 운동이 증가되면서 묽은 대변을 볼 수 있고 심하면 설사를 하기도 한다.

방금 식사를 했는데도 금방 배가 고프고,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한다.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며 집중력이 저하되고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레이브스병에 의한 갑상선기능 항진증에는 눈이 돌출되는 안병증이 동반되기도 하며, 갑상선의 크기가 커질 수 있다. 갑상선은 목 앞에 위치해 주의 깊게 관찰하면 갑상선이 커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턱을 뒤로 약간 들고 침을 삼키거나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목젖 아래 위치에서 갑상선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갑상선의 한쪽 엽이 자신의 엄지 손가락 끝마디보다 커져 있으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노인에게서는 이러한 갑상선기능 항진증의 전형적인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오히려 식욕저하, 무기력함, 소화불량 등 그 증상이 모호해 간혹 노화로 인한 현상으로 오인돼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갑상선기능 항진증은 이외에도 부정맥,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갈색세포종 등 다른 호르몬 이상 질환과 동반될 수 있다.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몸의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갑상선기능 항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진은 김진화 조선대병원 교수가 내원한 환자에게 갑상선 건강과 밀접한 식단 조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조선대병원 제공

◇‘갑상선 중독증 주의’ 조기 진단·치료 필요

갑상선기능 항진증은 조기에 의심해 진단,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갑상선호르몬이 위험수치 이상 급격히 상승하는 ‘갑상선 중독증’이라는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갑상선 중독증은 간부전, 심부전, 신부전 등이 동반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갑상선기능 항진증의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한 갑상선호르몬 수치와 자가면역항체 측정, 그리고 갑상선 초음파 또는 갑상선 스캔 등을 통해 이뤄진다.

치료는 가장 흔한 원인인 그레이브스병에 의한 갑상선기능 항진증의 경우 항갑상선제를 투여하거나 갑상선 수술, 또는 방사선요오드를 투여한 후 갑상선 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요오드 치료법이 있다.

대부분 항갑상선제로 치료를 시작하는데, 치료기간은 개인차가 있으나 약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다. 정기적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을 모니터링하면서 약제의 용량을 조정한다.

하지만 갑상선기능 항진증은 재발률이 50%로 높아서 약제가 중단된 이후에도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잦은 재발과 약제에 효과가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법을 시행한다.

이외에도 갑상선종이 커서 압박증상이 있거나 호흡곤란, 연하곤란(음식물이 입에서부터 위로 통과하는데 장애를 받는 느낌이 있는 증세)을 일으키는 경우, 항갑상선제에 부작용이 있어서 약제 투여를 못하는 경우에도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법을 시행할 수 있다.

갑상선 수술 후에는 갑상선호르몬제를 보충하게 되고, 방사성요오드 치료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갑상선호르몬제의 보충이 필요할 수 있다.

임신·출산과 관련, 평소 관리를 잘 받아서 임신 전과 임신 중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 범위내로 잘 유지된다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점은 꼭 전문의와의 임신 전 상담 및 임신 중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갑상선 질환과 갑상선기능 이상은 자각증상이 없거나 애매한 경우가 많다. 또한 피곤하거나 갱년기, 나이 탓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의심이 중요하며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정리=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