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밝은 밤이 어느 땐들 그대 생각 않을 수 있으리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64) |
| 2020년 04월 14일(화) 18: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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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
처음엔 낙동강 위 그대를 만났는데
보제원 그 곁에서 그대와 이별하고
복사꽃 붉음 사라져 어찌 생각 안하리.
洛東江上初逢君 普濟院頭更別君
낙동강상초봉군 보제원두갱별군
桃花落地紅無迹 明月何時不憶君
도화락지홍무적 명월하시불억군
시적 상관자의 임지(任地)가 북쪽이었던 모양이다. 남쪽에 있는 임이 왔다가 북쪽 마루에서 임과 헤어지는 안타까움을 담았다. 밤새워 임과 이별하는 장면을 가만히 생각하면서 그 아픔은 클 수밖에 없었음을 상상한다. 그래도 아쉬워 부여잡고 이별하는 생생한 장면을 연출이라도 할 듯한 석별(惜別)의 심회는 컸을 것이니. ‘낙동강 위에서 처음으로 그대를 만났다가, 보제원의 곁에서 다시 그대와 이별을 하게 됐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달 밝은 밤이 어느 땐들 그대 생각 않을 수 있으리’(泣別北軒)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도화(桃花)인 여류시인으로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읍별북헌’(泣別北軒)(해동시선). ‘낙동강’(洛東江), ‘삼군시’(三君詩), ‘도화’(桃花) 등의 작품을 저술했던 것으로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낙동강 위 처음으로 그대 만났다가 / 보제원 곁에서 다시 그대와 이별하게 되었네 // 복사꽃이 땅에 떨어져 붉은 자취도 사라지고 없는데 / 달 밝은 밤 어느 땐들 그대 생각 않을 수 있으리]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북헌에서 울며 이별한 임]으로 번역된다. 여류시인의 대체적인 시상은 임과 이별이 대종을 이룬다. 조선 여성의 대체적인 정서가 남편과 자식 그리고 얽히고설킨 가족관계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인보다는 후실이나 기방에서 만난 기녀가 많았던 점을 보면 남성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정은 짐작이 될 수 있겠다.
시인은 임과 맨 처음으로 만난 그 때를 먼저 상기시키고 있다. 낙동강 상류 부근에서 임을 처음 만났다가, 보제원 곁에서 다시 그대 이별했다는 선경이란 사실적인 관계를 토해내는 시상이다. 국민들의 건강과 구제를 위한 보제원·이태원·홍제원 등에 진제장(賑濟場)을 설치했던 것을 알면서 그 지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자는 임과 이별하는 그 시기가 복사꽃이 땅에 떨어져 남녀의 이별을 같이 슬퍼했을 것이다. 복사꽃 땅에 져서 이제는 붉은 자취까지도 사라지고 없는데, 달 밝은 밤 어느 때인들 그대 생각 않으리라는 절규에 찬 시상의 한 마디다. 어느 시인은 ‘만약 인간에게 이별이 없었다면 백일의 즐거움을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시상을 기억한다.
※한자와 어구
洛東江: 낙동강. 初逢君: 처음으로 그대를 만나다. 普濟院: 보제원. 頭: 머리. 곧 곁에서. 更別君: 그대를 이별했다. // 桃花: 도화. 落地: 땅에 떨어지다. 紅無迹: 붉음은 흔적도 없다. 明月: 밝은 달. 何時: 어느 때. 不憶君: 생각하지 않다. *賑濟場(진제장): 흉년 들어 굶주린 백성들께 곡식을 주었던 곳.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