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김종 시인

2020년 04월 20일(월) 18:10

억새를 두고 “하얀 장갑 낀 손으로 사람사람 부른다”는 문장을 접한 일이 있는데 김순금 시인의 ‘슬픈 억새 사랑’을 읽는다. 김 시인은 ‘황혼의 은발’이 돌쟁이 어린애처럼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고 했다. 재미있는 관찰이다. 이 세월에 오기까지 ‘청춘은 서리서리 노을빛이 됐을 것이다. 억새가 피고 겨울이 되면 화자는 또다시 봄소식을 기다리고 있겠고.

‘물’을 노래한 시작품을 읽는다. 도덕경은 물을 두고 ‘상선약수’라 했는데 가장 좋은 것은 물 같아야 한다는 말이겠다. 세상 만물에게 생기를 주고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물인 때문이다. 송윤채 시인의 ‘물’은 미움도 권위도 욕심도 모두 내려놓고 비켜가고 채워가며 낮은 곳으로만 흐르면서 덧없는 인생살이를 반질반질 매끄럽게 어루만져 주자고 했다.

‘봄비’는 소재부터가 절로 동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윤영훈 시인의 ‘봄비’는 세 단락으로 짜여있다. 언 땅을 툭 툭 툭 두드리며 어서 일어나라고 새싹의 잠을 깨우는가 하면, 어서 힘을 내라고 줄 줄 줄 물을 주면서 새움의 어깨를 토닥거리다가 만세 부르는 들녘에다 산들이 세수한다는 세 단락의 시적 의미를 읽으면서 윤 시인의 자별한 자연 사랑을 만난다.

어느 전시장 주제가 ‘사이’인 것이 흥미로워 한동안 보내다 온 일이 있다. ‘시간의 산물’이라는 임동옥 수필가의 ‘사이’는 ‘물체와 물체의 거리’이기도 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사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에서 자신이 태어났고 두 물체가 떨어져 있다는 말이 ‘사이’이기도 하다. 그 하늘과 땅 사이에는 사랑이라는 에너지가 채워져 ‘서로서로’의 관계가 형성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