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의 호걸이었음을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66) |
| 2020년 04월 28일(화) 1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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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세속피한 늙은이 아니옵고
천재의 호걸임을 그 누가 알 것인가
산 속에 향리 어린이 나의 무리 아니네.
先生初非避俗翁 誰知千載之英豪
선생초비피속옹 수지천재지영호
偶尒隨雲出林壑 鄕里小兒非吾曹
우이수운출림학 향리소아비오조
도연명의 귀거래사는 많은 감동을 받는 시다. 10연 40행으로 된 작품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즐겨 읽으면서 감동해 마지않았다. 귀거래사를 읽고 난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부연설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시문으로 곱디고운 귀래도란 그림을 차곡차곡 그려가면서 감상시를 써갔던 것이 귀래도의 감상시가 됐다. 시인은 ‘귀래도에서 구름을 따라서 산 속에 나갔더니만, 향리의 어린애는 나의 무리 아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
‘천재의 호걸이었음을 그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歸來圖1)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완역재(玩易齋) 강석덕(姜碩德·1395-1459)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강회백의 아들이며 심온의 사위이고 강희안·강희맹의 아버지다. 시호는 대민(戴敏)이다. 일생 동안 학문에 힘쓰고 청렴 강개했으며, 효우가 지극해 명망이 높았다. 시와 문장을 잘하고 지조가 높은 청백리였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선생께선 처음 세속을 피하는 늙은이 아니었고 / 천재의 호걸이었음을 그 누가 알아줄까 // 우연하게 구름을 따라 산 속에 나갔더니만 / 향리의 어린애는 나의 무리가 아니었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연명 귀래도를 읽고서(1)]로 번역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다음 같은 구절이 있다. “구름은 무심히 산에서 나오고, 새는 날기에 지쳐서 돌아온다(雲無心而出岫 鳥倦飛而知還)”라고 했다. 시인은 구름처럼 무심히 나갔다가 지친 새처럼 돌아오는데, 비유한 것이라 해석이 가능하다 하겠다.
시인의 시상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제분 강희안·강희맹의 훌륭한 업적과 시심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겠다. 도연명 선생이 처음 세속을 피하는 늙은이가 아니었고 천재의 호걸임을 누가 알아줄까라는 추임새에 따라 그의 시적인 우수성과 감수성을 칭찬한다.
화자는 시적인 상관자의 선경과도 같은 인품과 시적인 풍부성을 은근슬쩍 칭찬하더니만, 더 깊은 시심을 들여다본다. 우연히 구름 따라 산속에 나갔더니 향리의 어린애는 시인의 무리가 아니었음을 가만히 떠올리게 된다. 이어지는 둘째 연에서는 위를 받아 [다시 돌아오니 세 길은 다 거칠어졌는데 / 마침 거문고와 술이 있어 웃고 즐기고 있었네 // 담장은 쓸쓸한데 집안 북창에 가만히 누웠더니만 / 희황상인 듯이 흥만은 더욱 도도하더라]라고 했다.
※한자와 어구
先生: 선생. 도연명을 지칭함. 初非: 처음은 ~아니었다. 避俗翁: 세속을 피하는 늙은이. 誰知: 누가 알리. 千載: 천년. 之: ‘~의’란 소유격. 英豪: 영웅호걸. // 偶: 우연히. : 너 이. 隨雲: 구름을 따라서. 出林壑: 깊숙한 숲(산 속)에서 나오다. 鄕里: 고향. 小兒: 어린이들. 非吾曹: 나의 무리가 아니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