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김종 시인

2020년 05월 11일(월) 20:01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 사람은 5월을 가장 기다린다”는 아름다운 서신을 읽었다. 연초록 감잎들로 가슴 설레는 오월은 계절의 정점이다. 그런 오월이 광주사람에게는 더없는 슬픔이 쓰나미로 밀려오는 아픈 달이다. 그 때문인지 이번 작품들은 광주의 오월과 관련해 읽을 수 있었다.


“오월의 들불과 찬란한 슬픔사이”에서 “한 소절 노래되어” 떠난 친구 ‘기순’을 회상하는 추모형식의 ‘먼 훗날에의 다짐’은 저 세상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친구를 슬픔 가득한 사연으로 풀어내어 그냥 읽기만 해도 느낌이 번지는 작품으로 더 이상의 평설을 보태지 않았다.


‘어머니1571’ 제목부터가 대상에의 암시가 예사롭지 않다. 훈풍 부는 계절이 ‘오월’인 것은 상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세상을 피멍들게 하는 삭풍이 불었고 ‘목울대 숨통을 쥐어’든 환란이 밀려든 것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데 백성을 지키고 보호하라는 군인이 총을 들고 겨냥했으니 그 누군들 벌거벗은 오월의 배롱나무처럼 ‘아나키스트’가 되지 않았겠는가.


‘광주의 은행나무’는 ‘광주’를 주제어에 올려 무슨 사연일까가 궁금해 진다. 은행나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에도 살아남은 나무이고 화재를 당해도 스스로 불을 끄는 엄청 큰 생명력의 나무로 역사의 고비마다 되살아난 광주의 정신을 함의하면서 시련과 역경에도 멸종하지 않은 유일 수종이니 오월광주의 기념물로 지정하자는 제안이 읽힌다.


‘연가’에서 사랑의 대상은 “연못을 주름잡아 이승을 숨기는 ‘툼벙’이 아닐까.” 우리 민족은 ‘넓고 오목하게 팬 땅에 물이 괴어있는 곳’이면 으레 연꽃을 심고 연못이라 했다. 한연섭 시인은 연못의 잔잔한 물결을 ‘내 품’으로 끌어들이고 “다시 한번 물결쳐 보겠다”고 했다. 툼벙에서 물결치는 일이 ‘연가’인 셈이다.